보고 느끼는 연극이다. 어느 연극인들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이 작품은 특히 그렇다. 지난 6일부터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에 들어간 연극 ‘됴화만발’은 시사적인 줄거리보다는 이미지와 느낌으로 관객의 감성을 파고든다. 한마디로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다. 일본 작가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1906~1955)의 단편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를 모티프로 조광화 연출이 재창작한 연극은 원작에서 오는 일본 사무라이풍의 느낌 또한 강렬하다. 선명하면서도 극단적인, 한 편의 사무라이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연극 제목 앞에 ‘검객괴담’이란 부제가 붙었다.

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중국 진시황 시절의 의원이 영생불사 약을 찾는다는 핑계로 어린 남녀 3000명을 실험 재료로 삼고, 죽은 아이들을 복숭아나무 밑에 묻는다. 의원은 그중 ‘동이’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수행검객 K와 동이의 시신을 합성한다. 동이의 신체와 결합한 검객 K는 영생을 얻게 되고, 홀로 복숭아나무 숲에서 산적질을 하며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인다. 그러던 어느 날 K는 남자들에게 죽임을 당하려는 ‘단이’를 보고 단박에 매혹돼 아내로 삼는다. 대처로 나가길 원하는 단이를 위해 산을 벗어난 K는 단이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의 목을 따 그에게 가져다 준다. 마침내 대처 생활에 진절머리가 난 K는 단이와 함께 다시 산으로 들어오지만 복숭아나무 밭에서 갑자기 환영에 둘러싸여 단이를 죽이고 만다. 결국 K는 단이를 찾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간다….

무릉도원에서 펼쳐지는 K와 도적들의 결투 장면, 고수 검객 간의 한판 대결, 칼과 칼 사이에서 번뜩이는 단이의 매혹적인 자태는 극의 백미다. 시공을 초월한 전개는 극의 환상적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무대는 상여를 연상케 하며, 짧게 머리를 깎고 황토로 분장한 남자 배우들의 반나신(半裸身)은 육체의 원시성을 표현한다.

조광화 연출은 “일본적 미학을 내 관점에서 재구성했다”며 “원작의 배경인 강렬하고 잔혹한 벚꽃 대신에 불로장생과 관능의 상징인 복숭아꽃밭을 배경으로 했다. 즉 무릉도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액션도 춤처럼 만들기 위해 무술감독 대신 안무가를 모셨다”며 “연극을 보고 너무 주제에 몰입하기보다는 그냥 느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25일까지. 02-758-2150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