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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아무리 봐 주신다 해도, 육체적인 수명은 얼마 안 남았어요. 하지만 문화 유전자는 쓸수록 더 새로워지죠. 마치 잘 다듬어진 연장처럼. 내가 음력 12월생이라 내년엔 우리 나이로 80이 다 됩니다. 옛날에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쓰기 시작한 게 20대 후반입니다. 이제 50년의 역사를 돌아다보면서 끝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격세지감이 있죠.”

이어령 선생은 나이 팔십을 맞아 ‘이어령 8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월요일마다 강연합니다. 대학교수도 있고, 언론인들도 있고…. 20여명 되는데, 내가 강의를 해요. 내 강의와 사상과 철학을 모두 담아내는 거예요.”

이 선생은 우물을 파는 사람이다. 그가 마실 물이 아니라 동시대인과 후대인들이 마실 문화의 물, 생명의 물이다. 글쓰기의 꿈을 갖고 한국 사회에서 50년 이상을 모든 방향으로 통섭 융합하면서 이곳까지 왔다. “천명이 더 있다면 마지막 단계를 총 마무리 짓고 싶어요. 그게 내 꿈입니다.”

그의 생은 언제나 질문으로 가득 찼다. 어렸을 적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하면서 천자문을 외우는데 “왜 하늘이 검냐”고 물었다가 선생님한테 쓸데없는 질문 한다며 지청구를 듣기도 했단다. 그가 던진 질문 속에는 하지만 의문부호만 있는 게 아니었다. 늘 감탄과 감응이 함께 있었다. 의문부호와 경탄부호, 즉 ‘의문·느낌표’를 한몸에 갖고 있던 그는 모든 게 궁리의 대상, 연구의 대상이다.

“저한테는 죽음까지도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묘비명에 ‘여기 죽음이 궁금하여 호기심으로 마지막 들여다본 한 인간이 잠자고 있다’ 이렇게 쓰여질 수도 있겠죠.”

▲1934년 충남 아산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 졸 ▲이화여대 문리대학 교수 ▲제1대 문화부 장관 ▲세계화추진위원회 위원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Korea CEO Summit 명예이사장 ▲이화여대 석좌교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