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을 파하라 / 송창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케이블 채널 tvN의 송창의(58) 본부장은 안주의 삶을 꺼리는 혁명가다. 그걸 보여준 단적인 사례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몰래 카메라’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웃음의 보편적 코드인 ‘콩트’를 과감히 버리고 창의적 소재를 통해 코미디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그는 이후 ‘남자 셋 여자 셋’ ‘세 친구’(이상 MBC), ‘롤러코스터’ ‘현장 토크쇼 택시’(이상 tvN) 등 남들보다 반발 앞선 콘텐츠로 시장을 선도해왔다.

‘방송계의 크리에이터’로 통하는 그가 최근 그만의 창의론을 담은 책 ‘격을 파하라’를 펴냈다. 그는 책에서 창의, 열정, 관계, 청춘 등 4가지 키워드로 자신의 성공 비결을 정리한다.

“혁명은 굉장히 힘들지만, 개혁은 그보다 쉽잖아요. 방송 프로그램도 너무 새로운 걸 하면 안티가 생기는 법이죠. 특히 대중문화는 ‘약간 새롭다’ 정도의 범위 내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그래서 젊었을 땐 남들보다 두세 발짝 앞서가는 모험과 실험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젊을 땐 반발짝 앞서가는 태도로는 부족해요. 그 정도면 제도권에 오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게 돼 버리거든요. 그러니 훨씬 더 앞서가는 삶을 치열하게 전개해야 제도권에 왔을 때, 그나마 반발짝 정도 앞서갈 수 있는 거예요.”

그는 일례로 듣기 좋은 발라드, 쉽게 읽히는 책에 길들여지는 태도를 꺼린다. 젊은 시절엔 머리가 아파야 한다는 것이다. “젊을 땐 음악도 짜증나고 어려운 걸 듣고, 책도 어렵게 읽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의예요. 그렇게 버릇이 들면, 웬만한 건 다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격을 파한다’는 그의 지론은 결국 새로움을 얻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필연적 과정이다. 새로움은 기존의 공식을 깨야 얻을 수 있는 숙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죠. 그러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실행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결국 그걸 내재화하고 체질화시키는 게 중요해요.”

그는 파격과 창의에 이르는 지름길을 ‘인문’에서 찾는다. 책과 음악, 미술, 공연 등 창의적 요소가 필요한 부문에 인문을 통한 기초공사가 튼튼하지 않으면 결국 쉽게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빌딩을 지을 때, 디자인이 예쁜 건축물들이 많지만, 기본은 땅을 파는 거잖아요. 땅 파는 데 멋부리지 않는 것처럼, 파격은 (아이러니지만) 비(非) 파격적인 것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땅파는 일이 결국 인문인 셈이죠.”

그는 삶과 일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는 관계라고 강조한다. 각자 파트에서 매진하는 사람들의 역량을 인정하고 모두를 일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따뜻한 관계가 인생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보고 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