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의 사람공부 /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로 ‘연봉 불만’ ‘과중한 업무’ 등을 꼽는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인간관계’가 이직의 가장 큰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일이야 쉽든 어렵든 꾹 참고 하면 그만이지만 한번 삐걱한 인간관계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쉽게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시리즈 등을 쓴 저자는 ‘사람을 아는 것’이 우리 삶의 지표이자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500여 명의 ‘스승’을 만나면서 내린 결론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체 게바라, 반 고흐, 폴 포츠, 이순신, 이태석, 송해 등 치열하게 살고 있고 치열하게 살다간 동서고금의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 성찰한 내용을 풀어냈다. 저자는 이들 스승들을 통해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어쩌면 당연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지속될 때 비로소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던 관계없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그의 가치를 드러냈다는 사실을 깨친다. 저자가 이 책의 또다른 제목을 ‘차이에의 지속’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그렇다면 진정한 차이를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역시‘사람’이다. 책에 따르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마라톤 애호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짧은 인생,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뛴다”고 말한다.

달리기는 또 하루키에겐 글쓰기와 닮았다. 달릴 때의 몸짓이 자아내는 반복적이면서 고통스러운 신체표현이야말로 직업작가의 글쓰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글쓰기와 인생 레이스를 하나로 엮어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오늘도 뛰고 오늘도 쓰고 있는 하루키의 삶이야말로 복잡다단한 시대 속에서 진정 자기답게 사는 법이 뭔지를 일깨워준다고 말한다.

많은 화가 중에서 가장 불행한 화가로 ‘떠밀린 삶’을 살았던 반 고흐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맘처럼 안 되는 삶, 그 떠밀려온 삶 그러나 오히려 그 삶에 저항하듯 타오른 또다른 삶을 향한 열정, 그에 대한 알 수 없는 공감이 우리와 반 고흐 사이를 좁혀놓았는지 모른다”며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떠밀린 그 지점에서 죽기 살기로 그림을 그렸던 반 고흐처럼 이제 우리도 우리 삶의 처절한 작품을 온몸으로 그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전국노래자랑’을 30년 가까이 이끈 84세 현역 송해의 이야기는 더욱 친밀감 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누구와 만나도 자연스레 소통하며 금세 친구가 되는 송해를 ‘소통의 달인’이라고 평가하며 “송해씨는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진보로 보수로 갈가리 찢기고 상처입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너털웃음과 노래로 묶어주며 접합해주는 삶의 접착제 같은 분”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의미에서든 삶을 산다는 것은 사람을 알아가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궤적과 다를 바 없다”며 “결국 사람공부를 하는 궁극적 이유는 내가 나 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