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사 참여없는 개혁’ 100년…‘이상향 땜질’이었다

학교 없는 교육개혁 / 데이비드 타이악·래리 큐반 지음, 권창욱·박대권 옮김 / 럭스미디어

미국 교육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는 책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학교와 교사들을 무시한 채 함부로 개혁을 남발하다가는 학교와 교육이 개선되기보다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한 사회에서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교육을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참여와 노력에 의한 ‘안으로부터의 개혁’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교육개혁과 학교개혁은 가장 많이 다뤄지고 있는 ‘개혁의 주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이들에 의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이 시도돼 왔다. 열린 교육을 하겠다며 학교 교실 벽을 다 허문 10여년 전의 개혁, 학교가 망친 교육을 바로잡겠다며 오후 세 시 반에 학생들을 학교에서 다 내보내던 개혁,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설쳤던 또 다른 개혁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을 통해 우리의 학교와 교육이 개선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저자들은 한 세기 동안 미국에서 행해졌던 교육개혁의 경험들을 소개하며 미국의 교육개혁이 안고 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 그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 낸다.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주제들은 이렇다. 우선 교육개혁이 반드시 발전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교육개혁과 정치의 문제는 무엇인지, 교육개혁의 실질적 주체는 누가 돼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아울러 ‘개혁이 학교를 바꾸는 게 아니라 학교가 개혁을 바꾼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학교교육의 기본 틀을 바꾸고 다시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을 파고들고 있다.

이 같은 주제들은 교육개혁이 이뤄지고 있는 사회 현장에서 교육개혁자와 정책입안자 그리고 교사 및 지역주민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며, 교육개혁을 하려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다. 미국 공립학교개혁의 역사를 정리한 책은 우리에게 학교의 개혁을 바라보는 관점과 한국의 현대교육사 연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현대에 진행된 한국 교육개혁의 역사를 정리함에 있어 이 책이 보여 주는 시각과 방법론은 그 가치가 크다. 더욱이 한국 교육의 현대적 전개가 미국의 그것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현대교육 자체를 들여다보는 데도 이 책은 그 가치가 적지 않다.

‘이상향을 향한 땜질’. 저자들은 미국 교육개혁 100년사를 이 한마디로 요약한다. 교육사에 남을 굵직굵직한 개혁 사례들을 저자들이 꼼꼼하게 분석하는 대로 따라 읽다 보면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한 진리를 외면한 결과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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