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 문은희 지음/예담

자녀 입장에서 엄마의 모든 것이 다 좋을 리는 없다. 오히려 엄마가 되면 나는 저렇게 하지 않을 거라며, ‘엄마 같은 엄마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가 된 뒤 엄마와 똑같이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나깨나 자식을 걱정하며 자식의 미래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녀사랑에서 비롯된 잔소리, 간섭 그리고 남들과 비교하기와 조바심 내는 행동은 자식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평생의 짐을 지워주기도 한다.

이 책은 내 딸이 자유롭고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스스로가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상담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하는 원인’을 분석하며 엄마와 자녀가 마음을 나누며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문익환 목사의 여동생으로 오십이 넘은 나이에 우리나라와 서양 어머니들의 우울증을 비교 연구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한국인 특유의 심리구조인‘포함이론’을 정립, 특유의 자녀교육론을 펼친다. 포함이론이란 자녀의 행복과 불행이 자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자녀를 포함하고 있는 어머니의 것으로 여기는 우리 특유의 심리를 뜻한다. 자녀의 성적은 물론 건강이 나빠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우리 사회 특유의 분위기를 ‘포함이론’으로 칭하며 저자는 아이들은 엄마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지쳐가고, 또 엄마는 실망하고 괴로워하는 가운데, 엄마의 아픔과 슬픔이 그 딸에게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엄마의 꿈을 자녀의 꿈이라고 착각하며 자녀의 큰 꿈에만 박수를 치거나, 아이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기보다 해결해 주기 위해서만 노력하고 자녀의 취향을 무시한 채 엄마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교육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물론 자식에게 ‘너는 나의 전부’라고 부담을 주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식에게 지적과 잔소리를 일삼는 행위 역시 사랑하는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의도와 정반대로 자식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겨준다. 이 책은 ‘자녀에게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주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느낌’을 공유하고 나누며, 사랑인 줄 알고 저지른 잘못 때문에 자녀를 아프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전문가의 교육이론을 추종하기보다 자녀와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우선 자녀의 마음부터 제대로 볼 것을 일깨운다.

“아이의 눈이 슬플 때 함께 슬픔을 나누고, 아이가 분노에 차 있으면 표현하도록 도와주고 기쁨이 넘치면 같이 기뻐하자.” 이 책은 아이를 아프게 하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는 한편, 엄마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므로써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엄마 스스로의 변화를 강조한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