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9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1홈리스월드컵 폐막식에서 참가 기념 메달을 목에 건 한국 노숙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스태프와 함께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실직과 이혼, 그런 아픈 기억들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왔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2011홈리스월드컵(8월21~28일)을 마치고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한국 노숙인 축구대표팀의 ‘캡틴’ 이숭교(42)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지난해에 이어 이 대회에 두 번째로 참가한 노숙인 대표팀은 13전 3승(일본, 핀란드, 홍콩) 10패로 남자팀 48개국 중 3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3개국 중 ‘꼴찌’였던 성적에 비하면 향상됐지만 목표였던 중위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다. 캡틴 이씨는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나 자신만 해도 일반가정의 가장들과 비교하며 처지를 비관했지만 ‘이제 뭔가 할 수 있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회 출전에 앞서 8명의 노숙인 선수들과 서울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에서 함께 땀을 흘렸던 코치 조현성(28)씨는 “평균 나이 40세가 넘는 선수들이 몸보신도 제대로 못한 채 ‘청소년 쉼터’ 출신 등 10~20대로 구성된 외국팀과의 경기에서 선전했다”며 “서로 양보하고 격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녀 총 53개국 64개 팀이 참여한 이번 파리 대회에서 남자부에서는 스코틀랜드, 여자부에서는 케냐가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노숙인 대표팀 선수단은 이번 대회 수확 중 하나로 최창순(24)씨의 ‘로맨스’를 꼽았다. 최씨는 대회 기간중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노엘리아(여·19)와 ‘눈이 맞아’ 만남을 시작했으며 선물도 주고받았다. 최씨는 노엘리아와 e메일을 주고받으며 교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시의 지원 아래 대표팀 단장을 맡았던 진무두(34) 빅이슈코리아(노숙인 자활잡지) 편집장은 “올해 9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는 빈곤과 싸우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희망을 외치는 자리였다”며 “외국처럼 한국에서도 노숙인들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