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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구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구글이 최근 휴대전화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의 특허 침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굴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오히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국내에서도 반독점법 위반 조사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5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와 관련해 “내부 기준에 따라 엄격히 심사하고 필요에 따라 국제 공조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은 9월21일 열리는 미 상원의 반독점 분과위원회에 에릭 슈밋 회장이 직접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어떤 형태로든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개인정보 무단 수집에 대해서도 15개 이상의 국가에서 소송이나 조사를 받고 있다.

2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우리나라의 공정위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안드로이드와 관련,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FTC는 구글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에 경쟁사 서비스 탑재를 방해했는지 여부를 집중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의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공정위에 제소한 내용과 동일한 사안이다. FTC는 앞서 검색 결과 노출 시 자체 서비스를 경쟁 사이트보다 상위에 노출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했다.

15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FTC 조사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 미 법무부는 모토로라 인수를 포함한 구글의 반독점, 반경쟁 행위 전반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화이트 타이콘데로가 증권 애널리스트는 “당국은 이번 인수건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며 특히 이번 인수를 계기로 구글에 대한 기존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강도가 한층 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4월 전세계 최초로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스가 구글을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의 검색 엔진 탑재 과정에서 경쟁 검색 엔진을 부당하게 배제했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공정위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퀄컴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을 반독점 혐의로 제재한 전례가 있어 공정위의 결정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여기에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시도로 미국 FTC마저 안드로이드를 조사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제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IT 업계 특성상 미국 정부의 판단은 다른 나라의 조사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공정위도 미국 내의 조사 과정과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개인정보 무단 수집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구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구글은 지역 정보 검색 서비스인 스트리트뷰의 개인정보 침해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 15개 이상의 국가에서 소송이나 조사를 받고 있다.

구글은 개인정보침해 문제가 불거진 지 2년이 지나서야 e메일 등 개인 정보에 대한 무단 수집 사실을 인정했으나, “의도적인 수집이 아닌 실수”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구글이 스트리트뷰를 통해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무선랜 액세스포인트(AP)와 해당 AP에 접속한 무선 기기들의 ‘맥어드레스(MacAddress·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기가 가지는 고유의 주소)’도 수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파멜라 존스 하버 전 미국 FTC 커미셔너 겸 변호사는 “구글은 앞에서는 ‘실수였다’고 변명하면서 뒤로는 스트리트뷰로 수집된 미가공 데이터를 모아 결국 무선 접속 장소의 위치를 더욱 가깝게 잡아내거나 유추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들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위치기반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는 ‘와이파이 접속 포인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전세계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며 “구글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결국 구글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어떤 식이든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