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은 웃지만 선수는 운다.”

걷는지, 뛰는지,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거리고, 허리를 곧추세워 뒤틀면서 두 팔을 휘젓는 경보선수. 보는 사람들은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선수들은 육상 경기 중에 가장 오랜 시간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경기가 경보(race walking)다. 한쪽 발이 항상 지면에 닿아 있어야 하는 경보 경기에서는 땅을 디딘 발은 무릎이 굽혀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또 발이 지면에 닿은 지점을 몸의 중심이 넘어선 후에야 다른 발을 내디뎌야 한다. 일반적인 걷기와 다르게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 자세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9명 이상의 심판원이 배치돼 틈을 주지 않고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다.

동일한 부정행위로 동일한 심판으로부터 두 차례 경고를 받거나 경기 중 3명의 심판원으로부터 동시에 부정 판정을 받으면 실격 처리된다. 이 때문에 경보 선수들은 달리기 종목보다 훨씬 많은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힘들까. 경보는 동일한 속도의 러닝에 비해 1.5배 이상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에 따라 50㎞ 경보는 유일하게 남자만 실시하는 육상경기 종목이다. 또 경보선수는 의사가 보증한 최근 30일 이내의 건강진단서를 제출해야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궁금증 하나. 20㎞와 50㎞의 경보에서 심판원은 최대 9명에서 많게는 12명 이상까지 배치된다. 그렇다면 긴 경보코스에서 심판들은 선수를 따라 움직여야 하거나 아니면 수백명의 심판원이 필요할까? 아니다. 일반적인 마라톤 코스와 달리 경보코스는 2∼2.5㎞ 도로를 반복해 달리도록 하는 ‘루프(loop·고리) 코스’에서 펼쳐진다. 따라서 심판들은 일정한 거리에 배치돼 감시할 수 있다. 이번 대구대회의 경보코스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출발해 대구 중심도로를 지나 돌아오는 ‘국채보상로 루프코스’에서 열린다.

경보 50㎞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3시간38분대다. 이번 대회에서는 3시간30분대에서 메달 색깔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