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 발터 비트만 지음, 류동수 옮김 / 비전코리아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이어 프랑스마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해외 증시도 연일 폭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같은 선진 경제대국의 신용이 하락하는 것은 무엇보다 국가 채무의 탓이 크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부채를 무작정 늘리기만 해 온 경제 정책이 결국 한계에 다다르고 만 것이다.

국가 재정위기는 이미 전통적인 부도 국가인 라틴아메리카를 벗어나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 전 세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들 국가가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을 계속한다면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국가 부도’라는 유령과 조우할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국가 부도라는 현상에 역사적으로 접근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과연 이것이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인지, 대안은 없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결정적인 파국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사회보험, 의료보험, 조세 체계 등 나라 살림의 모든 면에 걸친 급진적인 구조 조정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다.

책은 총 9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에서는 빚에 기댄 위태로운 세계 경제의 오늘을 진단하며, 2장에서는 국가 부도의 역사를 그리스 시대부터 1990년대 부채위기 때까지 정리한다. 3장은 전쟁, 인플레이션, 화폐 개혁 등의 역사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속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4장에서는 헌법상의 한도, 신용도의 한도, 국민총생산에서의 한도 등 부채의 한도에 대해 알아본다. 5장은 국가 부채, 민간기업 부채, 가계 부채, 사회보험 등을 통해 오늘날 채무의 심각성을 파헤치고, 6장에서는 이 모든 어려움을 바꿔 줄 근본적인 개혁을 사회보험, 건강보험, 공공 예산 등에서 찾아낸다. 7장에서는 일본, 미국, 유럽의 가까운 미래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8장에서는 최근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의 현 상황과 한 나라가 국가 부도 위기일 때 어떻게 다른 나라의 은행과 보험회사가 타격을 입는지에 대해 기술했다. 끝으로 9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한 투자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역시 2011년 3월을 기준으로 가계 부채가 8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위험한 수준이며 곧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위태로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계 부채 외에도 민간기업 부채와 ‘감춰진 국가 부채’인 사회보험 문제가 남아 있다. 금융업계를 포함한 수많은 기업은 이미 적정 수준 이상의 빚을 떠안고 있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위험스러울 정도의 빚을 지며 이들에게 개입한다.

그렇다면 국가 부도란 불가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정치가, 기업, 개개인이 반복되는 국가 부도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낼 수만 있다면 경제적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부채 의존적 경제가 이미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국가 부도라는 유령에 정면으로 대처하는 방안 및 경제적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는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