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 있는 자택에 마련한 당구대. 트웨인은 당구 게임을 즐기며 창작의 긴장을 풀었다. 마음산책 제공

걸작의 공간 / J D 매클라치 지음, 김현경 옮김 / 마음산책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 위치한 ‘마크 트웨인의 집’에서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1874년부터 1891년까지 살았다. 고독하고 불우한 젊은 시절을 보냈던 트웨인은 하트퍼드에 지은 새집에서 ‘톰소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 등을 발표하고 작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당시 가족과 집에서 무한한 즐거움을 얻었던 그는 “집은 우리의 일부가 되어 우리를 뒷받침하고 우리는 집이 베푼 은총과 평화 속에 살았다…. 우리는 집에 들어설 때마다 감동했다”라는 글까지 남겼다.

트웨인의 공간이던 집 3층은 대부분 서재였다. 그는 아침식사 후 서재로 옮겨 저녁 늦도록 글을 쓴 뒤 가족들에게 읽어 주곤 했다. 글쓰기의 긴장감을 풀고 상상력을 북돋우는 놀이 삼아 서재의 중앙에 놓인 당구대에서 틈틈이 게임도 즐겼다. 그러나 딸이 요절하고 자신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그 집과 멀어졌다.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오차드 하우스’는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이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이다. 그 집에서 올콧은 자신의 네 자매를 그대로 투영하듯 ‘작은 아씨들’ 속에 네 자매 이야기를 담아냈다. 올콧은 소설 속 둘째딸인 조를 자기처럼 문학하는 독신 여성으로 만들려 했으나 자매들의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독자들의 바람을 따라 조를 자신의 아버지를 닮은 친절한 바어 교수와 결혼시켰다. 올콧은 아버지가 만든 소박한 둥근 판자 책상에서 ‘작은 아씨들’을 썼다. 그 소설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뒤 집에 보일러와 카펫을 들여놨고 미술공부하는 막냇동생 메이의 파리 유학경비를 댔으며 그 동생의 그림으로 집을 장식했다.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도 여행 다니고 폭음을 일삼으면서도 매일 오전 8시면 책상에 앉아 오전 내내 글을 썼던 작가 헤밍웨이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스페인, 쿠바 등지를 두루 다녔던 헤밍웨이는 키웨스트 집만은 팔지 않고 줄곧 찾아갔다.

예일대 교수인 저자는 “걸작이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걸작의 산실’ 탐험을 시도한다. 이 책에서는 19세기 미국 대표작가 21명이 대표작을 집필했던 집의 일화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작가와의 만남을 시도한다. 은둔생활을 하며 흰옷만 입고 지낸 에밀리 디킨슨, 고요한 곳으로 숨어들었던 윌리엄 포크너, 집 앞의 야산을 ‘폐하’라 불렀던 허먼 멜빌, 불면증에 시달렸던 유진 오닐…. 이 밖에도 고독한 산책과 은둔을 즐겼던 로버트 프로스트와 너새니얼 호손 및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케이트 쇼팽, 랠프 월도 에머슨 등 우리와도 친숙한 미국 출신 문인들의 삶과 문학이 그들의 집이야기와 더불어 펼쳐진다.

작가 21명의 공간을 생생한 컬러 사진으로 보여주는 한편, 가족이나 당대 문화예술인과의 교우관계 등을 통해 생활인으로서 작가의 면모에 다가설 수 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