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50가지 모자 / 디자인뮤지엄 지음, 정지인 옮김 / 홍디자인

모자는 외부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실용품이면서 신분의 상징이며 개성미 연출을 위한 패션용품이다. 왕관과 요리사의 토크가 모자쓴 사람의 신분을 상징한다면 야구모자, 바이크모자 등은 용도에 비중을 두고 있다. 서구에서 결혼식, 경마 관람 때 쓰는 남성용 톱햇,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오드리 헵번 모자는 기능과 더불어 시각적 멋이 강조된 패션모자다.

그러나 이질적 요소가 혼재하는 패션의 믹스 앤드 매치시대를 맞아 모자도 그 역할과 기능이 복합적으로 변해왔다. 야구선수의 모자는 야구장뿐 아니라 패셔니스타의 거리패션으로도 인기이며, 알베르토 코르다 사진 속 체 게바라의 베레모는 20세기 혁명가의 상징 이미지로 세인에게 각안돼 있다.

영국 런던 디자인박물관이 펴낸 이 책은 11세기 후반 러시아서 대관식 때 쓰던 왕관 ‘모노마흐의 캡’부터 대도시 마천루 모양의 21세기 모자 등 총 50개 모자를 담고 있다. ‘세계의 모자 50선’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깃털장식 모자, 배우 말런 브랜도의 바이크모자 및 발광다이오드(LED) 헬멧 외에도 피크닉가방, 나선, 금발머리, 구두와 투구를 연상케하는 각양각색 모자를 통해 모자패션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페즈, 더비, 보닛, 터번, 클로시 등의 전통모자를 비롯해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장서 화제를 모았던 가수 어리사 프랭클린의 리본 달린 회색모자 및 해적의 이각모 같은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영국저서답게 다이애나 모자, 애스콧 경마장의 모자 등 영국 디자인을 다양하게 다뤘다. 디자인뮤지엄 시리즈로 ‘세상을 바꾼 50가지 가방’도 출간됐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