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주택자의 고민은 ‘내집을 언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입니다. 특히 요즘 수도권 부동산 시장처럼 집값이 하향 안정세에 있는 데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은 고민의 강도를 더 높게 하지요. 보통 무주택자들이 내집 마련 시기를 두고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것은 ‘집값이 너무 올라 있으니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주택자들은 올 하반기(7∼12월)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분석해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변수’(보금자리주택·재건축 규제 등)가 강하게 작용, 집값 하락에 거래는 없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요즘 상황이 부동산 시장 침체의 막바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이는 서울 등 수도권 매매가와 전셋값 동향에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서울 강남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5472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2억8731만원입니다. 이는 전세입자가 마땅한 전세물건을 찾지 못해 매매로 갈아탈 경우에 전셋값에다 3억6741만원을 더 확보해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지요. 강북권 아파트 전셋값도 평균 2억240만원입니다. 이는 경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2억8723만원)보다는 낮지만 인천 평균(2억2191만원)과 비슷하지요.

서울 전셋값이 높다는 것은 올가을 전세대란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지만 강남권 전세입자가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강북권이나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내집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강남 전셋값이면 경기도나 인천에 내집을 장만하고 나머지 7000여만원의 여윳돈을 굴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전셋값이 높으면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무주택자는 당연히 하반기에 내집 마련 타이밍을 저울질해야 할 텐데 이를 현실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체감 집값의 딜레마’라고나 할까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등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상태에 있어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고 있는 것이죠.

부동산 시장에는 무주택자의 역설이 존재합니다. 집이 1채라도 있는 유주택자는 집값이 하향 안정세일 때 제2주택 마련에 적극적인데 무주택자는 여력이 있어도 오히려 내집 마련을 망설인다는 것이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결단을 못 내리게 하는 셈입니다. 내집 마련은 무엇보다 중요한 게 ‘시기’입니다. 주택은 일반 재화와 달리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사고 싶어도 쉽게 사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무주택자는 집값이 떨어지고 전셋값은 상승하는 올 10월 전후를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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