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8월 국회에서 韓美FTA 반드시 처리하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5일 취임 일성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미국의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선(先) 비준’을 강조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에게는 8월 처리 때까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직을 계속 맡아달라고 요청해 동의를 얻었다. ‘FTA 전선’ 구축이다. 한·미FTA는 2007년 6월30일 협정문 서명 이후 4년이 넘도록 헛걸음만 해왔다. 8월 임시국회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9월 정기국회로 또 넘긴다면 예산 심의와 총선 분위기 등에 휩쓸려 처리가 더욱 힘들어진다.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가 한·미FTA 비준 성사를 위해 신발끈을 다시 고쳐매는 건 잘한 선택이다.

미국에서도 희망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사설에서 “미국이 주저하는 사이 유럽이 무역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며 한·미FTA 조기 비준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한·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FTA 협정은 미국에 수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속도전(速度戰)을 주문했다. 비준이 늦어질수록 미국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미 하원 세입위원회가 7일부터 한·미FTA 이행법안 심의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실질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공화·민주 양당이 노동자 지원을 골자로 한 무역조정지원(TAA) 제도를 FTA와 연계해 다소 차질을 빚었지만, 대세는 조기 비준 찬성 쪽이어서 8월6일 의회 휴회 이전 통과가 유력하다. 더 이상 미국 쪽을 쳐다보며 늦춰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최대 걸림돌은 민주당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6·27 청와대 회담에서 “이익의 균형이 깨진 FTA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재·재협상’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반대는 자기모순이다. 첫째,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자동차 업계부터 조속 처리를 호소한다. 30만명이 일하는 5000여 자동차 부품업체도 즉각 수혜 대상이다. 둘째,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찬성이다. 셋째,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작품이다. 뚜렷한 반대 논리도 제시하지 못한 채 발목을 거는 건 반(反)FTA 좌파 세력에 추파를 보내려는 정략일 뿐이다.

홍 대표는 북한인권법안의 8월 처리도 다짐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결판을 짓고, 그게 민주당 반대로 어려워지면 다수결 처리를 해야 하고 그것도 어려워지면 박희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방안밖에 없다. 이 두 현안이야말로 제18대 국회 임기만료를 앞두고 집권 보수당으로서 정체성과 리더십을 입증할 시험대다. 한나라당은 현재 가동중인 한·미FTA 여야정(與野政) 협의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치력을 발휘하되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당당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동안 불투명한 태도를 취했던 남 최고위원부터 결연한 의지를 밝히는 게 옳다. 홍준표 체제가 ‘8월 처리’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신임 지도부는 물론 한나라당 전체가 신뢰의 위기에 처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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