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7일 정부·금융기관 등 22개 국내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동시다발적으로 마비시킨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대란이 일어난 지 2년이 됐지만 이를 막기 위한 관련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그동안 2010년 7월의 ‘7·7 디도스 사태’, 지난 3월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등 7월7일을 전후한 사이버 테러는 여김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법안이 정치권의 논쟁 속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의 ‘늑장대처’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발의된 ‘국가 사이버위기 관리법안’은 3년째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2009년 4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회에 상정된 이 법안은 국가정보원의 역할을 놓고 여야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야당은 국가정보원장 소속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두고 국정원장의 주도로 사이버 테러 예방과 사고수습을 하는 내용의 이 법안이 자칫 국정원의 정보 독점권을 인정해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17대 국회 당시인 2006년 12월 발의된 ‘사이버위기 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도 국가 차원의 사이버 위기를 막기 위해 대통령 소속의 국가사이버안전위원회를 두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부처간 이견과 여야 견해차로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2008년 5월 폐기됐다.

지난 2009년 7·7 디도스 사태 이후 정부는 ‘국가사이버위기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민관 합동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해 위협분석 및 경보발령, 외국과의 공조체계 가동 등을 총괄하도록 했고 언론 창구는 방송통신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등 위기관리체계를 정비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대통령훈령에 불과해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각국이 각종 법률과 예산을 마련해 사이버 테러에 대비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 국회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시행 안철수연구소 연구소장(상무)은 “관련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 부처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현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