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 /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현재 한국 인구의 70%도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나 현실 속에서 도시는 부정적으로 묘사되곤 한다. 도시는 정말 더럽고, 가난하고, 범죄의 소굴이며, 반(反)환경적인 곳일까. 미국 하버드대 교수로 도시경제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경제와 사회, 역사와 정책,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들을 반박하고,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구상 곳곳에 점점이 퍼져 있는 혼잡한 집합체인 도시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장에서 사상 논쟁을 벌이던 시기부터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거리들은 산업혁명을 가져다줬고, 오늘날 런던과 도쿄(東京)가 이룩한 위대한 번영은 새로운 사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또 도시는 가장 인간답고,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경제적으로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역설한다. 도시의 인접성·친밀성·혼잡성은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와 같은 인적 자원을 한곳에 끌어들임으로써 도시는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인간의 본질적 특성상 사람은 서로 배우며 살아가는 데 인접성을 통해 이런 현상을 극대화하며 도시는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는 얘기다. 인도 벵갈루루와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그 단적인 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한국이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이룬 배경도 이 같은 맥락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서울의 크기와 범위는 서울을 위대한 혁신의 집합소로 만들었다”며 “상경한 근로자들은 농촌 공동체에서 고립된 생활을 접고 세계 경제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뉴요커들은 다른 지역의 미국인들에 비해 심장병과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낮다. 비위생적인 환경이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 미국인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의 절반 이상이 22개 대도시 지역에서 나온다. 저자는 이런 사실들과 함께 도시 빈민이 시골 빈민과 비교했을 때 더 부유하며,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음을 제시하는 등 도시의 긍정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다.

저자는 그러나 도시들이 고물가와 주택 부족, 교통 혼잡, 치안 등 여러 가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한다. 하지만 빈곤의 증가, 환경오염 등 도시의 폐해로 알려진 것들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흔히 도시가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도시가 기회의 땅으로서 가난한 이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시의 빈곤 확대는 도시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또 도시야말로 가장 친환경적인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밀착해 살면서 이동의 필요성도 줄고, 집의 면적도 줄어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저자가 도시의 힘은 무엇보다 건물이 아닌 사람에 있다고 역설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런 관점에서 도시 재생이란 명분 아래 이뤄지는 대규모 건설 사업을 그는 통렬히 비판한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