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홍수와 산불 등 자연재해가 계속되면서 ‘원전 안전’에 다시 비상이 걸리고 있다. 정부 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재앙의 여파로 상당한 공포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재해에 맞서 원전 안전을 지키려는 정부와 주민의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28일 미 언론에 따르면 뉴멕시코 지역에 불어닥친 산불로 미 최대 핵연구소인 로스앨러모스 핵 연구소가 임시 폐쇄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는 28~29일 이틀동안 연구소를 폐쇄하고 산불차단과 함께 위험물질 이전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로스앨러모스 연구소가 정부관계자와 주민, 전문가들로 이뤄진‘위기관리팀’을 구성, 비상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설립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는 첫번째 원자폭탄을 만드는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한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도 미 최대의 핵무기 은닉처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선 지하에서 플로토늄을 이용한 핵 실험을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측은 공식적으로 “연구소 주변의 불길은 잡혔으며, 어떤 오염물질도 방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소측은 특히 “모든 방사성 물질은 지하에 묻혀있어 불길로부터 안전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환경단체들은 방사성 폐기물이 불길에 휩싸여 누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서부 미주리강 홍수로 인한 원전 안전도 여전히 불안감을 주고 있다.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두 곳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오마하 북쪽의 포트 캘룬 원전은 불어난 강물이 둑을 넘어 들어가 전력공급을 중단시켰다. 원전측은 비상 전력을 공급했지만, 미주리강 상류에서 강물 방류가 계속되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곳은 지난 4월부터 보수 관리를 위해 발전소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아직 발전소를 침수시킬 정도의 위험한 상황이 아니며, 우려할 게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들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