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존 노후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사업에 소유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워낙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니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은 것이지요. 서울 등 수도권에는 올 6월 말 현재 ‘리모델링가능 연한’에 도달한 준공 후 15년 경과 아파트가 156만여가구에 이릅니다. 서울은 142만9268가구 중 60만3791가구, 경기는 215만2698가구 중 72만8918가구, 인천은 48만4860가구 중 23만3180가구지요. 전체 수도권 아파트 10가구 중 약 4가구가 리모델링 가능 대상인 셈이지요.

노후아파트가 이처럼 많은데다 재건축 시장 추락으로 리모델링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활성화 방안을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처리는 지지부진합니다. 정치권이 지난 3~4월 앞다퉈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지요.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도 리모델링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수직 증축과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면적에 대한 일반분양 허용(차익 실현)에 반대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노후주택단지에 대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기보다는 리모델링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뉴타운 건설이나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심재생 사업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만큼 수직 및 가구 증축에 다른 경제성, 추진기간 단축, 사업 안전성 등에서 앞선 리모델링이 대안이라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수직 증축만 허용돼도 서울 강남권이나 양천구 목동지역 아파트 단지 상당수가 리모델링에 나설 것으로 예측합니다.

주택업계는 리모델링 사업이 예상보다 효율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실제 지난 27일 둘러본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옛 동신아파트 자리에 우뚝 솟은 쌍용예가 클래식도 리모델링의 효율성을 잘 보여주었지요. 지은 지 33년된 낡고 허름한 아파트단지가 유럽풍 건축물로 탈바꿈한 쌍용예가 클래식은 가구당 크기가 27~54㎡ 커지고 주차장도 2.3배나 넓어졌지요. 리모델링 비용은 3.3㎡당(공급면적 기준) 평균 320만원으로 재건축보다 20%가량 적게 들었고, 리모델링 후 가격도 2억~4억원가량 올랐답니다. 수직 증축과 가구 증축(일반 분양)이 허용되지 않는 현행법 테두리에서 사업을 마무리했는데도 소유주 모두가 만족스러워했지요.

노후아파트 리모델링 문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이나 증축 허용에 따른 시세차익보다는 주택시장과 도시 전체 재생(도시정비) 차원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재건축 폐해와 리모델링의 효율성 등을 따져 관련법안을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현재 계류 중인 리모델링 관련법안이 하루빨리 정비돼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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