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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법인화 반대 동영상에 대해 주요 포털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고 일부 포털이 이를 받아들이며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논란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헌법재판소와 정치권까지 옮겨 간 포털 등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그에 대한 제한 수준에 관한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포털업계는 서울대 측의 삭제 요구에 대해 포털끼리도 서로 다른 대응을 내놓으며 곤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포털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 10일 NHN네이버·다음·SK커뮤니케이션즈 등 포털 3사에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이 올린 동영상의 삭제를 요청했다.

서울대 측은 “본부 건물 점거 등 불법 행위를 선동·조장하고 총장과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 동영상이 담긴 게시물 주소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다. 이 동영상은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이 그룹 유브이(UV)의 ‘이태원 프리덤’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해 만든 ‘총장실 프리덤’으로, 8일 인터넷에 공개된 이후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에 다음과 SK컴즈 측은 서울대 측이 지목한 게시물에 대해 임시 접근 차단 조처(임시 조치)를 내렸다. 반면 NHN 측은 “서울대가 내세운 근거만으로는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추가 소명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서울대 측이 제출하지 않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지원 서울대 법무팀장은 “일반인이 보기엔 유쾌할지 모르지만 노랫말이 학교 명예를 훼손시키는 부분이 많아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유명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것으로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풍자로 봐야 하는 것을 학교 측이 과민 반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각 포털의 조치가 다른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44조 2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게시물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게시자에게 삭제 요청을 하고 사업자는 이를 삭제해야 하며, 권리 침해를 판단하기 힘들 경우 최장 30일 동안 임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포털 관계자는 “공인인 서울대 총장의 명예훼손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이런 요청이 들어왔을 때 포털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결국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등 너무 많은 문제를 담고 있어 포털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의 관련 조항은 헌법재판소와 정치권에서도 논의 중이다. 지난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무분별한 임시 조치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참여연대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합법적인 게시물조차 정당한 사유 없이 최장 30일 동안 차단할 수 있도록 한 법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일부 과도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포털 측에 100% 판단의 권한을 줄 수 없는 만큼 임시 조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이와 관련, “인터넷 자율 규제가 지닌 여러 장점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통신망법이 아닌 별도의 법안을 통해 국가에 의한 규제가 아닌 민간의 자율 규제를 강화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동영상 삭제) 논란을 통해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 다시 한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기본적 원칙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