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산하는 날 /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북스

1등 국가가 파산하는 날이 오다니, 책 제목에 놀라야 할 텐데 그냥 밋밋하게 다가온다. 미국발 경제 위기설이 넘치다 보니 둔감해져서일 것이다. 원제는 ‘어떻게 서구는 길을 잃었는가(How The West Was Lost)’.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 중심의 서구에서 브릭스(BRICs) 등 신흥국가로 이동하고 있는 변화의 원인과 전망을 거대 문명사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경제 분석을 동원해 규명한 책이다.

저자는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아프라카 출신의 여성 경제학자. 그는 경제성장의 3대 요소인 자본, 노동, 기술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채를 통한 자산 증식과 무리한 내집 마련 정책, 저출산과 노령화, 무분별한 에너지 과소비, 연구개발(R&D) 투자의 부진, 비생산적 부문의 이상 팽창 등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향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계경제 패권 시나리오를 4가지로 상정했다. 미국이 21세기 말까지 느릿느릿 파멸로 가는 현상 유지, 중국이 정치체제의 경직성으로 성장이 후퇴하는 상황, 미국과 유럽이 획기적 해결책과 정치적 결단으로 반격에 나서기, 미국이 채무불이행이라는 벼랑끝 전술로 중국을 몰아붙여 상황 반전을 도모하는 것 등이다.

저자는 누가 경제주도권을 잡는다고 하지 않고 균형적 시각으로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나, 어디까지나 서구 경제의 부활을 염원하는 차원에서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정책 담당자들이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직시, 소비보다 저축을 장려하고 세금 체제를 바꾸는 등의 개혁을 통해 자본, 노동, 기술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독자가 이 책에서 유의할 대목은 일본과 한국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경제 변화의 중심축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외시킨 셈이다. 저널리스트인 역자는 후기를 통해 “세계경제의 판도가 바뀌는데 한국은 그 주역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눈 밝은 이라면 이 책에서 한국이 세계경제 변화의 중심축에 설 수 있는 해법을 역설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역자의 설명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