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탈리아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로 네파를 홍보하는 이벤트 공지 사진. 위의 작은 사진은 ‘ITALY’문구가 삽입된 초기 네파 브랜드 로고.

국내 아웃도어 광풍에 해외 브랜드의 무차별 도입 추세가 거세다. 이런 가운데 ‘검은머리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은머리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는 국내 기업인이 해외에 출원한 상표가 국내 기업에 양도된 뒤 해외 브랜드로 국내에 출시된 경우를 뜻한다. 무분별한 해외 브랜드 선호 심리를 이용한 신종 마케팅 기법인 셈이다.

◆‘이탈리아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라고?’ = 논란이 되는 브랜드는 최근 아웃도어 시장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네파(NEPA)’. ‘독립문 메리야스’로 국내에 잘 알려진 평안엘앤씨가 지난 2005년 인수한 브랜드다.

이 회사는 네파 사업 호조 덕분에 2007년 1229억원, 2008년 1658억원, 2009년 2174억원, 2010년 3104억원으로 해마다 30% 이상씩 매출이 늘었다. 그동안 ‘MC몽’ ‘2PM’ 등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는 등 명실상부한 국내 아웃도어 톱10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가 단기간에 네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 데는 네파를 이탈리아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로 홍보한 게 컸다.

문제는 이 회사가 이탈리아 브랜드로 주장해온 네파 상표의 원소유주는 국내 기업인인 조모씨란 점이다. 본지가 확보한 특허청의 ‘NEPA 상표 등록 현황’ 문건에 따르면 평안엘앤씨는 부산에 주소지를 둔 조씨로부터 2005년 해당 상표권을 양도받았다. 조씨는 ‘자연생태보호구역(Natural Ecology Protection Area)’의 영어명을 줄여 ‘NEPA’라는 상표를 작명했다.

해당 상표가 국내에 등록된 시점은 1998년. 조씨가 유럽에 NEPA 상표를 등록한 1999년보다 한 해 먼저다.

이에 대해 평안엘앤씨 고위 임원은 “2005년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네파인터내셔널과 지분 51% 인수계약을 맺었다”며 “당시 조씨가 대표이사이기는 했으나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참여한 데다, 유럽 암벽화 및 등산화 부문에서 3~4위권의 인지도를 기록한 엄연한 이탈리아 회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에 등록된 NEPA 상표 등록 자료에도 조씨의 주소지는 한국이었다. 또 평안엘앤씨의 200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네파인터내셔널 지분 취득 금액은 5578만5000원으로, 네파 브랜드 가치를 평안엘앤씨조차 높게 보지 않았다.

◆헷갈리는 소비자들 = ‘네파 옷을 샀는데, 이탈리아 브랜드 맞나요?’ 네파 홈페이지 게시판에 종종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질문. 소비자들이 이 같은 질문을 심심찮게 던지는 이유는 평안엘앤씨가 지난해만 해도 네파 브랜드 로고 자체에 ‘ITALY’라는 문구도 같이 사용한 데다, 각종 이벤트나 네파 브랜드를 홍보하는 인터넷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이탈리아 정통 아웃도어’라는 표현을 공공연하게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이탈리아 아웃도어’로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탈리아 아웃도어 네파’라는 검색결과가 즐비하다.

이런 가운데 네파 측은 상표의 국적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홍보 타이틀을 최근 바꾼 상황이다. 평안엘앤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탈리아 브랜드는 맞으나 잡음이 있어 초기에 내세웠던 정통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대신 요즘에는 스포츠캐주얼 아웃도어 브랜드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사가 최근 브랜드 로고에서 ‘ITALY’ 문구를 뺀 것과 관련해서는 “관세청이 원산지 표시에 대해 문제를 삼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여전히 적잖은 소비자는 “등산복에 ‘NEPA’만 적혀 있고 ‘ITALY’ 문구는 없는데 정품이 맞느냐”는 취지로 문의를 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 A사의 상표 담당자는 “이탈리아에 상표를 등록하고 제품을 수출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정통 브랜드라고 홍보한다면, 법리적으론 문제 삼을 수 없겠으나 이탈리아 브랜드로 알고 산 소비자의 경우에는 기만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람하는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06년 1조원대를 돌파한 후 4년 만인 지난해에는 3조원대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4조원대까지 바라볼 만큼 급성장 중이다. 국내에서 유독 아웃도어 열풍이 거센 것은 우리나라처럼 당일치기로 산을 다녀올 수 있는 나라가 흔치 않기 때문. 게다가 중년 여성이 아웃도어 시장을 주도하면서 착용 복장에 대한 묘한 경쟁 양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같은 열풍 탓에 전세계적으로 700여개에 이르는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죄다 국내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수입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체불명의 수입 브랜드까지 합치면 그 수는 엄청난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이관범·노기섭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