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세계 미사일 거래에서 ‘깔때기(funnel)’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금 확보를 위해 핵물질 수출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13일 제기됐다.

또 한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참여,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정련) 도입,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한·미간 현안에 대해서는 전문가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핵과 원자력의 미래’라는 주제로 제1회 아산플레넘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맡았고, 개리 새모어 미국 백악관 대량파괴무기 정책조정관과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 래리 웰치 전 미 공군참모총장,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 이홍구 전 총리,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핵과 미사일 거래’라는 주제의 제1세션 발제자로 나선 미국 군비통제·비확산 전문가 조슈아 폴락은 사전 배포한 발제문에서 “북한은 파키스탄·리비아·예멘 등 최소 7개국에 미사일 물질을 수출했고 이란·시리아와 공동개발에 나서는 등 미사일 물질 취득·수출·기술이전·공동개발 등 미사일 관련 모든 거래의 ‘깔때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행보를 차단하기 위한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등은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폴락은 평가했다.

폴락은 “문제는 북한의 핵 물질 수출이 앞으로 더욱 독점적(exclusive)이 될 가능성이 높고, 우라늄농축 기술을 가진 북한이 현금 확보를 위해 핵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15일까지 진행되는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MD 참여, 파이로프로세싱 도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예정된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문제’ 세션 발제자인 마일즈 폼퍼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발제문에서 “미국은 한국이 원하는 파이로프로세싱 도입이 재처리 허용이라고 보고 지지하지 않고 있는 만큼, 한국은 외국에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고를 설치하거나 프랑스·영국의 퓨렉스(PUREX·습식정련) 재처리시설 활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한국 원전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확산 저항성이 강한 재처리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벨 전 사령관은 “북한 위협에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미·일이 통합된 MD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지만,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전술 핵무기 재도입을 포함한 한국형 억지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주장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