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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가 다시 뜨고 있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모바일’ 붐을 타고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테헤란로(지하철 2호선 강남역~삼성역 사이의 도로)에 둥지를 틀고 거대 기업들도 다시 테헤란로를 찾으며 제2의 ‘테헤란밸리’ 붐이 일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을 타고 IT 기업들이 자리를 잡았던 테헤란로는 대한민국 IT산업의 메카로 꼽히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실리콘밸리에 빗대 ‘테헤란밸리’란 별칭까지 얻을 정도였으나, 벤처 거품이 꺼지며 IT기업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남은 기업들도 구로, 분당 등으로 빠져나가며 일부 대표기업들만 명맥을 유지해왔다.

◆ 테헤란로 둥지 튼 크고 작은 IT기업들 =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관련 IT산업의 급성장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소 저렴해진 건물 임대료, 2000년대 초반부터 갖춰진 인프라 등으로 크고 작은 기업들이 다시 테헤란로를 찾고 있다. 삼성SDS는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던 몇몇 부서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골든타워로 이전했다.

여의도에 있던 외국계 IT회사인 액센추어코리아도 테헤란로에 자리 잡았다. 테헤란로에 자리 잡고 있던 게임업체 넥슨도 강남역 메리츠타워 뒤편 3300여㎡(약 1000평) 부지를 매입했다. 이 부지엔 조만간 10여개 건물에 흩어져 있던 넥슨의 사옥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NHN 계열의 게임업체 오렌지크루도 선릉역 인근에 자리 잡았다. 외국계 회사들도 테헤란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스웨덴 계열 모바일 디스플레이 솔루션업체 스칼라도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BK타워에 한국 지사를 냈다.

무엇보다 테헤란로의 빈 건물을 채우고 있는 건 작은 벤처기업들이다. 수명에서 수십명의 직원들이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벤처기업이 최근 모바일 붐을 타고 급증하며 속속 테헤란로를 채우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테헤란로에 입주한 업체의 상당수는 모바일 게임·콘텐츠 업체”라며 “스마트폰 보급이 늘며 이들 업체들의 실적도 비약적으로 늘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정보 획득이 쉬운 테헤란로로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러시가 이어지며 강남 지역 오피스빌딩의 공실률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ERA코리아에 따르면 1분기(1~3월) 공실률은 8.5%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2.1%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장진택 ERA코리아 이사는 “기존 IT기업도 많고 신생 모바일 기업들도 테헤란로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테헤란로 ‘터줏대감’들 = 벤처 거품이 꺼지며 테헤란로의 불빛이 꺼질 때도 테헤란로를 떠나지 않고 ‘제2의 테헤란밸리’로 ‘부활’을 지켜보는 기업들도 있다.

엔씨소프트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R&D센터는 IT업계에선 신화적 존재다. 벤처기업이 강남 한복판에 독자적인 빌딩을 가진 것 자체가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1380억원을 들여 R & D센터 인근 경암빌딩을 매입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테헤란로는 IT기업에겐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구글코리아, 야후코리아, 한국오라클 등 글로벌 IT업체들도 테헤란로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서울 상암동이나 구로, 경기 판교 등 테헤란로보다 임대료가 더 싼 지역에서 워낙 IT기업 유치 경쟁이 심해 테헤란로가 언제까지 한국 IT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모바일 혁명’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테헤란로가 부활한 것은 한국 IT산업이 재도약하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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