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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진 / 서울대 경영대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최근 현대·기아차가 여러 매체를 통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광고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국에서도 친환경 자동차 시대가 본격화하려는 분위기다. 모터와 전지를 교차하면서 동력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카는 약 14년 전에 일본과 독일에서 동시에 출시됐다. 일본 토요타의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카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그동안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주도해 왔다. 어떤 면에서 일본의 하이브리드카는 그동안 들인 돈에 비하면 큰 성과를 거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지금까지 글로벌 소비자에게 심어준 친환경적인 인식은 큰 자산으로 남아 있다.

일본은 이미 하이브리드카가 100만대 이상 보급된 친환경차 선진국이다. 그리고 지난해에 전 차종에 걸쳐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였다. 뿐만 아니라 토요타, 혼다, 미쓰비시, 닛산이 각각 자신만의 고유 기술을 탑재한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어서 자체 경쟁을 통해 친환경 자동차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은 정부 주도로 전기차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만일 중국의 모든 차가 휘발유로 달린다면 2020년에 가서 중국은 석유소비량의 절반을 자동차에 주유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을 아는 중국 정부는 모터라이제이션에 의한 석유소비량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기업을 5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산업정책을 펴고 있다. 이와 발맞춰 소비자에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금액의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제시하고 있어서 전기차의 발전이 급진전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하이브리드카 보급이 1만대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도 개인 소비자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름에 따라 친환경 자동차 시대가 곧 도래할 것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한·중·일·미·독 5개국의 소비자 데이터를 가지고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20년까지 친환경 자동차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국내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도 지금부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정부도 친환경 자동차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보조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보조금은 공공부문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기록적인 성장과 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자신의 성공 공식을 스스로 파괴하는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할 때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이 40%에서 25%로 떨어졌다. 왜 그랬을까. 노키아는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성공 포뮬러를 스스로 파괴하려 하지 않았지만, 애플과 구글은 이 시장을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기술의 변곡점에서는 창조적 파괴가 반드시 필요다.

자동차산업도 지금 기름을 태우는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하이브리드·전기차로의 기술적 변곡점에 와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하이브리드 기술이 앞으로 15년 간 주도할 것으로 필자의 연구에서 조사됐다. 국내 산업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자동차업계가 이 전환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래도 좌우된다. 그런 만큼 힘을 모아 친환경 자동차 강국으로의 발돋움을 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