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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바람을 타고 출범한 나눔펀드가 좌초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나눔펀드는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과 업계가 공동으로 만든 펀드로 투자금의 일부를 저소득층 지원에 쓴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말 출시됐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너무 성급히 시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눔펀드는 ‘산은2020증권투자신탁1주식형펀드(C-d)’, ‘신한BNPP Tops아름다운SRI주식형펀드(A-ch, A-ds)’, ‘KB스타한국인덱스주식형펀드(C-D)’로 4종류다. 이들 펀드는 순자산 평균잔액 중 일정 비율을 저소득층 지원 등에 사용한다.

문제는 이들이 출시한 지 5개월이 다 되도록 설정액이 ‘제로(0)’에 가깝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산은2020펀드는 23일 기준 설정액이 100만원에 불과하다. 신한BNPP Tops아름다운SRI주식형펀드도 클래스별로 각각 6000만원과 330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KB스타한국인덱스펀드는 그나마 나은 편으로 139억원을 모았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애초 상품성이 떨어지는 펀드를 쪼개 별도의 나눔펀드로 만들었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나눔펀드가 속해 있는 신한BNPP Tops아름다운SRI주식형펀드(운용펀드)는 전체 설정액이 237억원 수준으로 이 회사의 다른 운용펀드인 ‘신한BNPP Tops Value증권투자신탁1주식형펀드’(6383억원), 신한BNPP 좋은아침희망증권자투자신탁1주식형펀드(4098억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선호도가 낮은 펀드다.

산은2020증권투자신탁주식형펀드는 운용펀드 기준 설정액 228억원으로 산은자산운용의 펀드 중에 큰 편이지만 기관만 투자하는 클래스인 ‘산은2020증권투자신탁1주식형펀드Cf’(173억원)를 제외하면 설정액은 55억원 수준이다. 개인들에게는 선호가 떨어지는 펀드라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위기에 밀려 나눔펀드에 참여하다 보니 애초에 운용사들의 자발성이 떨어졌다”면서 “기부의 기준이 되는 순자산은 펀드 운용 보수 등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순자산이 많은 펀드를 나눔펀드로 설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도 “나눔펀드의 문제는 펀드 자체의 낮은 상품성”이라면서 “투자자들의 경우 ‘좋은 취지’보다는 돈을 벌고자 펀드에 가입하는 것인데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