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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익현 / 서울대 경영대 교수, 기획처장

미국의 명문 다트머스대 김용 총장은 20일 서울대학교 법인설립준비위원회 회의에서 서울대가 법인화의 길로 가야만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었다. “오늘날 글로벌 대학 생태계에서 치열한 경쟁과 급변하는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지금도 미국의 유수 대학들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는 이들 대학 열강으로부터 국내 대학교육의 지적(知的) 자긍심을 지키고 학문적 가치 창조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느낀다. 또한 인간이 혼자서는 살 수 없듯이 서울대도 학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국내 다른 대학과의 협조 아래 공생공영을 추구함은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국가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서울대는 법인화를 통해 안정적인 재정 확보, 의사결정의 신속성 등 일련의 자율적 기조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학문 세계의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 10위권 대학들은 예외 없이 독립된 법인격을 갖춰 각자 경쟁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만 해도 2006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법인화돼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대가 가려는 법인화의 길은 서울대와 대한민국에 희망을 주는 길이다. 여러 이유로 법인화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큰 희망을 포기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일각에서는 법인 이사회 구성에 있어 외부인사의 과반수 참여가 자율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외부인사의 참여는 오히려 내부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사회적 책무가 소홀해질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과 기초학문 붕괴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법인화 이후에도 국가의 재정 지원이 더욱 견고히 유지되도록 법률이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화가 등록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일 뿐이다. 그리고 기초학문 진흥이 학문 발전의 선행 과제라는 인식에 따라 지원계획을 수립 중이다. 재정 지원과 운영의 자율성에 서울대의 자구노력이 더해지면 서울대가 글로벌 대학 사회에서 우뚝 솟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가 담당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 중 으뜸은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인류 공헌을 위해 선도적 연구를 수행하는 일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울대가 훌륭한 품성과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인화는 정부의 규제로부터 벗어나 자율적 기조 아래서 이러한 책무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케 할 필수적인 체제 전환이어야 한다.

법인화를 계기로 서울대가 자기혁신 노력을 얼마나 잘 기울이냐는 대한민국 미래 대학교육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따라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이 시점에 어떻게 철저히 준비를 할지, 어떤 보완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지에 대해 각계의 이해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지금 서울대가 가려는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국민의 기대 속에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묵묵히 걷고자 한다. 올해 말까지 법인화 준비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낭비할 수 없는 시간이다. 국민의 크나큰 기대는 격려가 되는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게 한다. 되돌릴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기에 우리는 역사적 사명감에 잠을 설치며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는 선택 아니라 필수다. 이제 법인화 성공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