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한국을 찾았는데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잘 극복한 것 같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2011 서울국제문학포럼’ 참가차 방한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71)는 23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문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표적 친한파 작가 중 한 명인 클레지오는 “한국은 항상 관심을 갖게 하는 나라”라면서 “미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것 같다”고 거듭 찬사를 늘어놓았다.

이번 문학포럼의 주제인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에 대해 클레지오는 “세계화는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정치를 아우르는 주제”라며 “이 주제에 대한 논의는 굳이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세계화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작가는 각자 자신의 언어를 갖고 있다”며 “작가의 진정성이 들어 있는 작품이야말로 진품”이라고 강조했다.

클레지오는 또 “작가란 고독 속에서 글을 쓰며 저항하는 자”라며 “현대 세계에서 미디어와 영상이 판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항의 방식으로서의 글쓰기’는 훨씬 고급스러운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 ‘문학의 죽음’ 운운하는 것은 비극적 예언에 그칠 것”이라며 “문학이 예전처럼 윤리적 지도를 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힘주어 말했다. 클레지오는 “문학이 비록 국적을 갖고 있지만 한 국가의 언어를 넘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며 “지구 어디에서 살건 인간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을 다루는 게 바로 문학”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