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아산병원 혁신형 암연구중심병원사업단의 한 연구원이 표적항암치료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대장암은 일반적인 항암 화학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표적 항암 치료제가 쓰이고 있다. 표적 항암제는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탈모, 구토 등 다양한 항암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바스틴(베바시쭈맙)’은 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새로운 혈관이 성장하는 것을 억제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표적 치료제다. 또 ‘얼비툭스(세툭시맙)’라는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에 생기는 특수한 단백질의 성장을 막아 암을 죽인다. 얼비툭스는 암 환자의 ‘바이오마커(생체지표)’ 검사를 통해 ‘KRAS’라는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해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에 쓰인다. 대장암 환자 중 65%가 정상 KRAS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 표적 치료제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얼비툭스의 경우 보통 6개월간 주 1회 주사를 맞는데, 한 달에 500만원 정도의 약값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표적 항암 치료제는 현재 4기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게 주로 적용한다. 대장암 2~3기 환자에게 선행 항암치료로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전이성 암환자의 경우 생명 연장 수준이 아니라 암 덩어리를 줄여 수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표적 치료제를 쓰고 있다. 간으로 전이된 대장암은 과거에는 수술을 포기했지만 표적 치료제를 쓰면 환자의 절반 이상은 암 덩어리의 크기가 최대 70%까지 줄어 수술을 기대할 수 있다. 전이성 대장암 환자가 표적 항암제를 사용해 수술을 받고 완치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진천 교수팀은 지난 3월 대장암 표적 치료제인 아바스틴과 얼비툭스를 대장암 환자에게 투여하기 전 치료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미리 알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이 바이오마커는 유전체 표식자 2종과 후보 표식자 3종으로, 김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 ‘임상암연구’에 게재했다. 바이오마커란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유전자(DNA)의 산물인 수십만 가지의 단백질 중 특정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을 말한다. 바이오마커 발굴이 중요한 것은 표적 항암제가 최고 1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인데다 항암제가 환자와 맞지 않아 치료에 실패할 경우 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의 유전자 분석 기술 발달에도 실제 암 환자에게 이용되는 바이오마커는 몇 가지에 불과하다.

김 교수팀은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이번에 발굴한 바이오마커가 있는 환자에게 항암제를 처방했을 때 평균 생존기간이 바이오마커가 없는 환자에 비해 약 4개월 정도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바이오마커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대장암 환자들이 바이오마커를 통해 표적 항암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빨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