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함정 / 리처드 레이어드 지음, 정은아 옮김 / 북하이브

행복의 꽃이 핀 시크릿 가든의 문을 따고 들어서는 열쇠는 무엇일까. 불교와 유교 등 동양철학의 행복론은 ‘쉬고, 비우고, 버리라’며 수행을 통한 내면의 성찰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서양의 행복론은 서구의 철학과 심리학, 신경과학, 사회과학, 경제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이고 사회학적 관점에서 행복론을 전개한다. 저자인 영국 런던정경대(LSE)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는 평생을 행복 연구에 바친 인물로 ‘행복 황제’로 불리며 ‘행복운동(Action for Happiness)’을 창설해 전세계에 전개해나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행복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개인과 정부가 협력해 도덕심을 바탕으로 불행을 거르는 촘촘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모든 인간관계에 소통과 공존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돌려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원리를 주장한 계몽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을 지지하는 저자는 성장(소득)이 행복을 증가시키지 못하는 이유로 ‘사회적 비교’와 ‘습관화’를 든다. 저자는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으면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그다지 크지 않게 된다. 결국 다른 사람의 소득 증가가 자신의 행복을 감소시키는 ‘사회적 비교’ 원리가 작동한다. 저자가 귀띔하는 첫번째 행복의 비밀은 ‘당신보다 더 성공한 사람과의 비교를 멈추는 것’이다.

책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7가지 요소를 가족관계·재정·일·공동체와 친구·건강·개인의 자유·개인의 가치관 등 ‘빅 세븐’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특히 ‘쾌락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일에서 얻는 보장이나 안정 등의 중요성을 자세히 언급한다.

영국에서 가장 판에 박힌 일을 하는 공무원들이 동맥경화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삶의 질을 연구하던 초기에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기대와 목표를 낮추는 것을 제시했으나 이 이론은 틀렸다”고 단언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두번째 행복의 비밀은 ‘당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범위로 목표를 잡되 너무 높이 잡지 않는 것’이다. 달성할 수 없는 목표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지루함도 우울증의 원인이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행복의 비밀은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그래서 흥미를 잃지 않는 대상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보다 순위에 덜 집착하는 ‘합리적 균형’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개개인 모두가 공헌할 수 있는 공동선의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행복한 사회는 ‘다른 사람에 대한 가장 높은 수준의 공감’과 ‘공정성에 대한 강한 도덕적 원칙’을 통해 건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즐길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행복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중시된다. 마지막 행복의 열쇠는 ‘인간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넒은 목표를 가질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동정심이야말로 행복의 비밀”이라고 속삭인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