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발표할 중동에 관한 대국민 연설은 ‘제2의 카이로 연설’로 불릴 만큼 이목을 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6월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무슬림과 전쟁을 하지 않겠다”며 무슬림에 ‘화해 선언’을 했다면 이번 연설은 무슬림 사회의 발전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동반자 선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지역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구상을 밝힘으로써 중동지역을 향한 구애의 메시지를 던질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중동 구상은 민주화 및 경제개혁, 인권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중동지역에 기회의 순간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지원구상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연설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지역에 대한 포괄적 지원을 담은 담대한 구상을 준비했다. 민주화를 원하는 중동 국가들에 대해 경제개혁과 경제근대화를 위한 대대적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며, 이미 민주주의로 이양하고 있는 이집트와 튀지니를 예로 들면서 직접 지원과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에 적극 나설 방침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중동지역이 석유판매를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지만 국가별 차이가 크고, 국민들은 여전히 가난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경제근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집트의 실업률이 30%에 달하고 있고, 민주화 시위 이후 적자가 심해지고 있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적시하고, 미국이 나서 이를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중동지역 지원에 같이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며, 미-유럽-중동권을 포함한 거대한 경제협력체로의 미래 구상도 밝히고 있다.

미국은 유럽의 중동지역 개입을 과거 동유럽의 사례를 적용해 설명했다. 서유럽 국가들이 동유럽의 민주주의와 경제근대화를 지원했듯 중동지역도 유럽부흥개발은행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과정에 수년이 걸리겠지만 중부 및 동유럽이 그랬듯이 이 과정의 시작부터 내내 미국은 민주주의 전환을 이뤄가는 사람들에게 경제근대화와 개발을 위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동지역 국민들을 향한 친근한 메시지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달라진 중동지역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 올초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중동지역의 민주화 시위와 이에 따른 정권교체 등 중동지역의 변화는 미국과 세계질서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미국이 이 같은 중동지역의 변화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중동지역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의 패권, 나아가 세계질서 전체가 혼돈으로 빠져들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무슬림에 대한 화해 선언을 했지만 후속 정책을 개발하지 못함으로써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이 같은 안팎의 비판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구나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이라는 계기도 미국의 유화적인 중동정책 발표를 요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집트 등 민주주의 전환기에 있는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에 나설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하는 한편, 시리아 등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국가들에도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빠져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연설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또 중동지역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고 정서적으로 깊게 깔린 반미 정서 등을 감안할 경우 중동지역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