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 신현림 글 / 흐름출판

TV주말연예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선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며 특별 미션이 출연자에게 주어진다. 합창단 활동, 자격증 따기부터 귀농, 무인도 체험까지 살면서 한번쯤 경험해보고픈 또는 도전해봄직한 미션이란 대개 평범한 일상에로의 관심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8일 어버이날에 즈음해 신현림 시인은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이란 제목으로 효도의 다양한 팁을 제시한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저자는 ‘후회 없는 시간을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이라며 직간접 경험을 통해 효의 실천 노하우를 일깨운다.

거창한 선물보다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 같은 생활용품 바꿔드리기, 생일상 차려드리기, 함께 장보기, 매일매일 통화하기와 함께 여행가기. 누구나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과제부터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기, 혼자만의 공간 만들어 드리기, 함께 운동하고 좋은 책 읽어드리기, 좋은 친구 만들어 드리기, 죽음과 익숙해지기 등 다양한 항목이 문득 가슴을 찌른다.

저자가 “난 한번도 좋은 딸인 적이 없었다”며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으며 제안한 미션들이 한결같이 잊고 지내거나 소홀히 하기 쉬운 소박하면서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붙잡는 순간 “나는 엄마를 얼마나 알고 있니?”라고 자문하며 “엄마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고 만시지탄(晩時之嘆)의 소회를 털어놓는 저자와 감정이입이 이뤄진다. 저자는 높고 깊은 어머니 은혜를 갚는 방법으로 엄마 곁을 지키고, 손을 잡고 엄마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들어주기, 바라보고 미소 짓고 힘이 돼주라고 제안한다. 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효도란 별 게 아니다. 그저 잘 사는 모습,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주는 것,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어드리고 마음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자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법이다.”

어머니 장례식장에 고인의 이름, 고향, 가족관계와 더불어 ‘연약했지만 단단했다’고 간략한 일대기를 기록하고 자식들의 편지를 붙였던 저자의 일화를 접하면서 역사 속 영웅 못지않은 위대한 삶의 주인공인 어머니의 삶을 되새기게 된다.

이밖에 저자는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실행가능한 효를 일깨운다. ‘우리는 엄마의 감정을 너무 생각하지 않는다. 편하고 만만하게 생각해서 쉽게 짜증내고 독한 말을 퍼붓는다. 칭찬보다는 험담과 불평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는지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자.’ ‘더 늦기 전에 엄마와 함께 산책하거나 가볍게 운동하는 시간을 가져보라.’ ‘엄마의 꿈을 알아보고 오랜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자가 되자.’

어버이날 선물을 궁리하던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무엇보다 효율적이며 행복한 선물의 노하우를 제시하는 이 책, 그 무엇보다 인생 최고의 스승이자 친구인 엄마에게 가깝게 다가설 것을 일깨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