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불타고 있다 / 유달승 지음 / 나무와숲

중동·이란 문제 전문가인 저자가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들을 분석하며 중동 위기의 근본 원인을 추적한 책이다. 1·2·3차 중동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레바논, 가자, 이란 그리고 최근 발생한 리비아 전쟁에 이르기까지 근원적인 원인을 파헤치고 있다. 나아가 서구 미디어에서 비롯된 이슬람에 대한 고정관념과 오해를 바로잡아준다. 중동 분쟁과 전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이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중동을 장악 또는 통제하기 위한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이 그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 패권의 원천인 석유를 장악하려는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물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직접적인 목적이 석유와 천연가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은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워 석유와 천연가스를 안전하게 통제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부터 미국이 추진해 온 새로운 전쟁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련 붕괴 후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광대한 석유 및 가스가 매장돼 있는 카스피 해 일대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역시 본질적으로 자원 전쟁이라고 저자는 밝혔다. 이라크는 신이 축복 내린 지역으로 알려질 만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로, 석유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에 이어 세계 3위다. 지정학적으로도 중동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은 대량파괴무기(WMD)를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2003년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으나 WMD는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저자는 “역설적으로 만약 이라크가 WMD를 가졌더라면 과연 미국이 그렇게 쉽게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이라크의 정권교체는 미국과 영국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라크 석유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난 중동 전쟁과 분쟁 이면에 숨겨져 있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과 함께 서구의 반이슬람 정책과 언론의 왜곡되고 편향된 보도로 인해 사태가 어떻게 악화돼 왔는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미국의 이익에 따른 이중잣대 정책과 에너지 패권 전략이 지속되는 한 ‘중동의 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서구의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난 책은 중동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 좋은 텍스트가 될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