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연극연출가 동인(同人)인 ‘혜화동 1번지’ 5기가 출범했다. 윤한솔·김수희·김한내·이양구·김제민으로 구성된 5기는 20일 연작 페스티벌 ‘나는 나르시시스트다’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은 6월26일까지 이 같은 주제로 창작극 5편을 연달아 선보인다.

5기 동인은 작품에서 자기 중심적 사고가 팽배한 한국 사회를 ‘나르시시즘’에 빗대 타자를 나와 동일한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수희 작·연출의 ‘더 위너’(20일~5월1일), 김한내 연출의 ‘인터내셔널리스트’(5월4~15일), 윤한솔 연출의 ‘나는야 ？ゾ꼬蘿？5월19~29일), 이양구 작·연출의 ‘유년의 뜰’(6월3~12일), 김제민 연출의 ‘배신’(6월16~26일)이 서울 종로구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릴레이 공연된다.

연극 ‘더 위너’는 가정폭력을 통해 가부장이라는 나르시시즘이 만들어 내는 한국 사회의 비극을 그린다. ‘인터내셔널리스트’는 세계인이 영어를 쓴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미국인의 소외 상태를 보여주며, ‘나는야 ？ゾ꼬蘿？？해박한 성적 지식과 욕구와는 달리 타인과 관계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이어 자신만이 갖고 있는 기억을 더듬어 가는 ‘유년의 뜰’을 거쳐 한 중산층의 삼각관계와 혼외정사, 불륜이 어우러진 ‘배신’으로 페스티벌은 막을 내린다.

1994년 이윤택·기국서·채승훈 등으로 출범한 ‘혜화동 1번지’는 17년간 4기에 걸쳐 박근형·김광보·양정웅·이해제 등 당대를 주름잡는 젊은 연출가를 줄줄이 배출해 왔다. ‘혜화동 1번지’는 선배 기수가 차기 멤버를 직접 뽑는 방식으로 5기까지 바통을 이어왔다. 이번 5기도 4기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연출가로만 구성됐다. 연출가 김아라가 대학로 구석에 자리 잡은 80석 규모의 연습실을 기증하면서 시작된 ‘혜화동 1번지’는 이제 연출가 동인의 대명사로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젊은 연출가들이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창작극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5기 동인은 “‘혜화동 1번지’의 연극실험정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한다”며 “아울러 당대의 사회적 과제와 연극의 역할에 대해 깨어 있고자 한다”고 밝혔다. 02-764-7462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