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화려한 불빛만… 14일 밤 41개 성매매 업소들이 줄지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일대 집창촌에서 경찰관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피를 말려 죽이려는 것과 똑같아요. 저렇게 순찰차가 버티고 있으니 지나가는 행인마저 사라졌습니다.”

14일 밤 41곳의 성매매업소가 줄지어 자리한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35번지 일대의 성매매 업소 주인들은 길거리에 나와 이 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려한 조명을 밝혔지만 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골목 입구에서 이따금씩 기웃거리던 남성들도 순찰차를 발견하자 놀란 듯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지난 3월에 영등포경찰서장이 성매매 업소들에 서한문을 보낸 뒤 이곳 집창촌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성매매집결지에서의 호객행위와 불법영업이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지역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강력한 단속하겠다’는 내용으로 사실상의 집창촌 폐쇄 공지였다. 경찰의 강경방침에 맞서 성매매업주들과 여성들은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지역구 의원인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관계자 10명이 집창촌 단속 규탄 기자회견을 벌인데 이어 14일부터는 200여명이 타임스퀘어 앞에서 집창촌 폐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곳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는 조모(여·65)씨는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냐”며 “재개발 지역이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다 나갈 텐데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성매매를 시작한 지 6년 됐다는 한 여성도 “이렇게 압박하면 결국 음성적인 거래가 이뤄질 텐데 왜 우리한테만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집창촌 폐쇄 조치에 인근 주민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인근 주민 진모(여·39)씨는 “딸아이가 중학생인데 이곳으로 쇼핑을 올 때면 집창촌이 자꾸 눈에 걸렸는데 폐쇄한다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채현식·유민환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