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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테이블에서 ‘큐피드 카드’가 전달됐습니다. 부킹에 응하시겠어요?”

4일 오후 11시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 종업원들은 맥주잔 대신 남자 손님들이 전달한 ‘큐피드 카드’를 들고 테이블 곳곳을 돌고 있었다. 종업원에게 카드와 함께 칵테일을 받은 여성들이 옆 테이블을 힐끗 본 뒤 고개를 끄덕이자 즉석에서 남성들이 자리를 옮기며 ‘합석’이 이뤄졌다. 처음 만난 남녀 손님들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맥주를 파는 호프집에서 남녀 손님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른바 ‘부킹 호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대학가에서 시작된 부킹 호프가 오전 2~3시에도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며 강남·종로 등 번화가로 퍼져 나갔고 최근에는 부킹 호프 프랜차이즈가 등장, 대전·전북 전주 등 지방 체인점까지 생겼다.

나이트클럽처럼 시간대나 가격 등의 부담 없이 초저녁에 저렴한 비용으로 가볍게 부킹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이날 강남의 부킹 호프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30여개의 테이블 가운데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북적이고 있었다.

남자 손님들은 연이어 종업원을 불러 카드와 함께 칵테일, 안주 같은 ‘부킹 메뉴’를 여자 손님들에게 선물하면서 즉석 만남을 요청했다. 종업원이 전달한 선물을 여성들이 받자 남성들은 앉았던 테이블의 음식 값을 일단 계산하고 자리를 옮겼다. 호프집 관계자는 “여성들은 남성들의 합석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1회당 음식값 1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부킹 호프를 찾은 사람들은 “비용 부담 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김모(28)씨는 “나이트클럽 같은 데를 가면 수십만원은 써야 하지만 여기서는 맥주 값만 가지고도 미팅하는 분위기가 난다”며 “소개팅만 하려고 해도 돈이 많이 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회사원 유모(여·31)씨도 “술을 마시고 있으면 부킹 신청이 들어오니까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기섭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