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11일째를 맞은 21일, 피해지역에 구호물자 등을 수송하는 ‘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로가 본격적으로 뚫리기 시작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피해지역의 도로, 철도가 복구되기 시작하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구호차량은 물론 일반차량까지 통행할 수 있게 됐다.

피해지역으로 연결되는 핵심 도로망인 고속도로와 철도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잇따라 정상화되면서 구호물자 수송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21일에는 피해가 컸던 이바라키(茨城)현, 후쿠시마(福島)현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도로가 뚫렸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수도 도쿄(東京)에서 피해지역인 미야기(宮城)현의 센다이(仙臺)시를 연결하는 조반고속도로의 이바라키현 미토에서 후쿠시마현 이와키 중앙구간 통행금지가 해제됐다.

기타간토(北關東)의 이바라키, 도치기(？H木), 군마(群馬) 3개 현을 연결하는 기타간토고속도로는 군마현 오타시에서 도치기현 사노시 구간이 개통됐다. 도호쿠고속도로 등 인근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에서 실시된 통행규제도 이날 해제돼 기타간토고속도로에서 인근 3개 고속도로가 연결됐다. 피해지역을 관통하는 도호쿠고속도로도 수도권 인근에서 통행이 재개됐고, 도호쿠신칸센은 23일부터 일부 구간에서 운행을 재개할 계획이다. 고속도로와 철도가 복구되면 복구작업에 투입되는 중장비와 건설자재 등이 투입돼 복구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닷가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내륙 국도들도 통행이 원활해지고 있다. 도호쿠의 내륙과 연안을 연결하는 주요 국도에서는 구호차량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됐다.

바닷길과 하늘길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이와테(岩手)현에서는 가마이시, 미야코 등 6개항이 정상화돼 구호물자를 실은 배들이 입항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야마가타(山形), 하나마키(花卷) 등 세 공항도 24시간 운영되면서 임시 여객편이 취항하고 있다.

문제는 피해지역 내부의 생활도로들이다. 피해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피난소와 연결된 마을의 도로들은 여전히 파손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은 주유소 인근의 도로를 우선적으로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연재해로 고속도로가 차단됐을 때를 대비해 ‘대체 루트’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일본정부 발표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도로와 교량 등은 1600곳이 넘는다. 이바라키현과 미야기현 등 11개현에서 1446개의 도로가 파괴됐고, 도쿄와 이와테현 등에서 48개의 교량이 주저앉거나 부서졌다. 철도는 미야기현, 도치기현, 지바현 등에서 15곳이 물에 잠기거나 파손됐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