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사들과 은행들이 이번주 잇달아 주주총회를 열고 회장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마무리한다. CEO가 확정되면 그간 지지부진하던 금융권 재편 작업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영업전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은행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주총을 통해 신한지주와 산은지주 회장 교체,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회장 연임이 확정된다. 은행들의 경우 우리·산업·외환은행장이 바뀐다. 스타트는 산은이 끊는다. 산은은 22일 주총을 열고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산업은행장 선임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강 회장은 14일 산은지주 회장으로는 공식 취임했지만 은행 주총이 열리기 전이어서 은행장은 겸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주일 간 외부 활동은 자제한 채 내부 업무 파악에만 집중한 강 회장은 민영화 작업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23일에는 신한지주 주총이 열려 한동우 내정자가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2월14일 회장 내정 후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나는 등 조용히 조직 추스르기에 전념하던 한 내정자가 이날을 기점으로 공식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총 직후에는 재일교포 주주 환영행사인 ‘퍼스트 구락부 회원의 밤’이 지난해 9월 ‘신한사태’ 이후 처음 열려 주주들이 한 내정자에게 신한지주 경영과 관련해 어떤 주문을 할지 주목된다. 또 한 내정자가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20억원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경고에 어떤식으로 대응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금융 계열사인 경남은행(23일)과 우리·광주은행(24일)도 각각 주총을 열고 은행장을 확정한다. 우리금융 자회사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21일이나 22일 은행장 후보를 최종 결정한다. 25일에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주총을 열고 각각 이팔성 회장, 김승유 회장의 연임을 확정한다. 31일에는 외환은행이 주총에서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의 은행장 선임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CEO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권 재편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금융권 안팎에서는 산은 주도의 정책금융기관 통합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후 통합 작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고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도 내부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조직 안정과 함께 금융권 영업전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지주와 은행들이 주도권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영업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