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추진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조치를 3월 말로 종료하는 것으로 정부가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4월 재·보선을 앞둔 여권 내에서 반대 의견이 적지않아 DTI 규제 완화조치 연장 여부를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3월 말로 종료되는 DTI 규제 완화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여당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회의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했다. 정부는 올해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4월부터 서울 50%, 인천·경기 60% DTI 규제를 적용, 가계부채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정부는 DTI 규제의 부활과 함께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으로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에 대한 DTI 비율 우대와 생애최초 구입자금 대출의 연장, 자산과 미래소득 등을 반영한 대출조건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DTI 규제 부활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각적 검토를 거친 뒤 조만간 고위 당정회의를 다시 열어 입장을 최종 정리하자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DTI 규제가 부활되면 막 살아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4월 재·보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회의를 한 결과 당과 정부의 의견이 달랐다”며 “DTI 규제 부활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지난해 8월 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의 주택 구입시 DTI 적용을 금융회사가 자율 심사·결정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8·29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DTI란 금융회사가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오승훈·유회경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