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의 게센누마 항에 원양어선을 타고 떠난 ‘마도로스’들이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1일 보도했다.

게센누마 항구는 연간 약 4만4000척이 오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원양어업기지로 알려져 있다.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바다에 나가 있었던 어부들은 피해 소식을 듣고 밤낮을 쉬지 않고 대양을 항해해 고향으로 달려오고 있다.

150t 규모의 중형 선박을 이끄는 선장 후쿠시 토오루(40)씨도 하와이 인근의 바다에서 지진 소식을 들은 뒤 조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승조원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위성전화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 봤지만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후쿠시 선장은 3일간 잠도 자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고향 인근의 100㎞ 지점에 도착하자 무너진 주택의 파편과 부서진 나무, 로프 등이 바다 위에 떠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목재에 충돌하거나 스크루에 로프가 걸리는 것을 피하느라 속도를 줄여가며 배를 몰았다. 활기가 넘쳤던 ‘마도로스의 고장’은 지진으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가까스로 항구에 정박한 그는 지나가는 차량을 얻어타고 간신히 집까지 갈 수 있었다. 부인과 두 아들, 부모님과 여동생 가족 모두가 무사했다. 두 아이들은 수염이 길게 자란 아버지의 다리에 매달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며 응석을 부렸다.

후쿠시 선장 가족은 “항구도, 고향도 엉망진창이 됐지만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며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원양어선 승조원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게센누마 시내의 한 원양어선 회사는 소속 어선 5척이 아직 귀국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원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무사히 돌아와서 힘을 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