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의 원전이 잇따라 폭발하면서 방사선 유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지속적인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체 불명의 루머가 확산돼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루머가 퍼지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 풍조라는 토대 위에 전체 맥락을 도외시한 채 단문으로 퍼지는 최근 미디어 환경이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확인 루머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 등 새로워진 미디어 환경을 이유로 꼽았다.

현택수(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단문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SNS에서는 복잡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정적이고 애매모호한 표현이 담기게 된다”며 “그러다 보면 정보가 왜곡될 수 있고 부정확한 정보도 진실인 양 포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열(사회학) 서울대 교수 또한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가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SNS는 전파속도가 워낙 빨라 자정능력이 발휘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정보를 퍼트린다”고 말했다.

실제 ‘이르면 15일 오후 4시 한국에 방사능이 상륙한다’는 내용의 루머는 경찰 조사 결과 한 20대 회사원이 외신의 내용을 의역, 왜곡해 인터넷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지인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이 루머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국에 퍼졌고 국민들은 방사능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신의 병’이 공공기관의 객관적인 발표보다 인터넷 등을 통해 퍼지는 유언비어에 더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황상민(심리학) 연세대 교수는 “이전의 광우병 사태, 천안함 침몰 사건 당시처럼 낯설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객관적인 정보보다 눈에 보이고 막연히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덕진(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국민들이 신뢰를 가졌다가 깨지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져 왔다”며 “더구나 방사선 유출에 따른 문제는 아주 미비한 가능성이라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단언이 오히려 불신감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윤정아·고서정·박정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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