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8일째를 맞은 일본 도쿄(東京)의 시내는 비교적 차분한 일상 속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도쿄 시내에는 전력 부족으로 인한 불편이 빚어지고 있으며 지진 피해 지역의 자택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의 대피소가 운영되고 있는 등 시민들의 마음 한편에는 아직 여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고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었다.

18일 오전 도쿄의 최대의 비즈니스 업무 지구인 도쿄역 인근과 그에 바로 인접한 칸다(神田) 지역에서는 직장인들이 출근을 위해 바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진의 영향으로 아직 일부 열차가 지연·감축 운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분주히 움직여야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는 대지진의 피해를 비껴갔지만 도쿄 시민들은 220㎞ 동북 쪽에 있는 후쿠시마 원전에서의 방사성 물질 누출 우려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또 전력 부족으로 인해 계속되고 있는 계획정전과 여진도 이들에게 걱정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도쿄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도쿄 지역에서 금주 초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측정됐지만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은 아니라며 시민들을 안심시켰지만 정보 제공이 늦고 내용도 모호해 시민들의 불만은 계속 커지고 있다.

회사로 출근 중이던 한 도쿄의 회사원은 “열차운행이 감소하니 출근 열차에 사람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린다”며 “빨리 원전 문제가 해결돼 전기 공급 등 상황이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실제 이날 일본 국영 전철인 JR를 비롯해 민간 전철회사 등은 열차 운행률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시내 대형 쇼핑센터나 많은 회사들이 업무 시간을 단축하는 등 절전 대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이번 지진으로 인해 도쿄에서는 크고 작은 주요 행사들의 취소 또는 연기가 잇따랐다. 오는 21~27일로 예정됐던 도쿄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도 원래 정해진 기간에 치르지 않기로 했고 지난 2월 발생한 뉴질랜드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뉴질랜드와 일본 축구대표팀과의 친선경기도 취소됐다.

눈에 보이는 지진의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도쿄 일부 지역에서는 지진과 원전 사고의 피해를 몸소 겪어내야 하는 사람들의 고난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 愼太郞) 도쿄 지사는 17일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전 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피난) 대기를 하고 있다”며 “도쿄부도칸(東京武道館) 등 도쿄 관내 2곳에서 외부 피난자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 박준희특파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