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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부 원자력발전소가 미관을 고려하라는 정치인 등의 요구에 밀려 원자로 외벽에 페인트칠을 한 것으로 확인돼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원자로 외벽은 방사선 유출 센서의 안전한 가동과 미세한 균열의 점검 등을 위해 원칙적으로 다른 마감재는 물론 페인트칠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부 환경단체들은 원자로 외벽 페인트칠 상황을 점검한 뒤 안전성 문제를 공식 제기할 방침이다.

1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전국에 가동 중(21기)이거나 건설 중(7기)인 28개의 원자로 중 외벽에 페인트를 칠한 원자로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신고리원전 1, 2호기와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전 1, 2, 3, 4호기 등 6개다. 신고리 원전 1호기는 지난 2월 말부터 가동 중이고 2호기는 연말쯤 가동될 예정이다. 이들 원자로의 경우 꼭대기 돔 아랫부분(림빅) 외벽에 2~4.5m 폭의 띠모양으로 페인트칠이 돼 있다. 페인트 색깔은 위에서부터 차례로 흰색, 노란색, 옅은 푸른색, 짙은 푸른색 등 4가지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국정감사 등에서 원자로 외벽이 회색 콘크리트 상태로 있어 흉물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 2009년 9월에서 2010년 4월 사이에 건설 중이던 신고리원전 1호, 2호기 원자로 외벽에 페인트칠을 했다. 월성원전 1∼4호기의 경우 2008년 11월에서 2009년 사이 페인트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의 한 관계자는 “원래 원자로 외벽에는 페인트칠을 하면 안 된다”라며 “그러나 미관을 고려하라는 정치인 등의 지적이 있어 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의 정밀점검을 거쳐 비상사고 시에도 균열상태가 가장 적은 일부분에 페인트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원전비상대책위와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즉각 현장조사를 하는 등 안전성 점검에 나섰다. 서토덕(45) 부산환경운동연합 연구소 기획실장 “일본의 방사능 대재앙을 피부로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기본자세에 문제가 있는 만큼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손모씨는 “원전에 대해 잘 모르는 일부 정치인의 요구로 원자로 외벽에 페인트칠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원전은 조그만 사고라도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는 만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라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