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상황이 악화되자 자국민에게 일본 열도에서 철수할 것을 권고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특별기를 제공해 공관원 가족들을 대피시켰으며, 영국, 프랑스, 호주,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전세기를 동원해 자국민 철수를 돕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일본 거주 공관원 가족들이 일본을 떠나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패트릭 케네디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특별기가 오늘 도쿄를 출발해 타이베이로 향했다”며 “100명가량이 탑승했으며 대부분 현지 공관원들의 가족들이고 일부 민간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케네디 차관은 “내일 비행기 한 대가 추가로 미 국민들을 태우고 일본을 떠날 것”이라며 “이후에도 필요에 따라 비행기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차관은 또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의 미국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도쿄에서 현지로 14대의 버스를 보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이미 일본 여행을 삼갈 것을 요청하는 여행 경보를 발령했고, 일본내 거주 미국민들은 후쿠시마 원전 시설 80㎞ 바깥 지역으로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미 국방부도 일본 주둔 미군 가족과 민간인 군무원들이 원할 경우 일본을 떠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방부는 주일미군 가족 및 군무원들의 대피를 위해 주일미군의 공군 수송기 등을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항기를 이용해 일본을 떠날 경우 추후 비용을 정산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는 약 5만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가족은 4만300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273㎞ 떨어진 도쿄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도 철수를 권고하고, 전세기를 동원하기로 했다. 영국 외교부는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일본을 떠나려는 자국민이 비행편을 구하기 힘든 경우, 전세기편으로 일단 도쿄에서 홍콩으로 철수시킬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남부로 이동하거나 본국으로 귀환할 것을 권유하고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항공기 2대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호주의 케빈 러드 총리는 이날 도쿄나 피해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이 해당 지역을 떠날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출국 지원을 위해 콴타스 항공기 2대가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도쿄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은 지진 피해 지역과 수도인 도쿄를 떠나도록 권고하고, 일본을 떠나기로 결정한 경우 명단을 대사관에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도 정부는 일본 내 자국민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귀국을 원하는 경우 특별기를 띄우는 등 최대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뉴질랜드 정부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80㎞ 이내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즉각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고, 도쿄와 다른 피해지역의 자국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