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수도 도쿄(東京) 인근의 주민들이 간사이 지역으로 대피하며 오랜 앙숙지간인 도쿄와 오사카(大阪) 주민들 간 관계변화가 생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 주민들이 대거 오사카 등지로 옮겨오면서 갑작스러운 경제특수가 형성되며 이들 간의 교류 증진 등 갈등관계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피해 도쿄 인근의 주민들이 남부인 오사카 등지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해일 및 방사능 피해를 본 미야기(宮城)현과 후쿠시마(福島) 현 주민들 상당수가 도쿄 인근의 간토(關東) 지방으로 남하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도 위험이 예상되며 다시 서남부인 간사이(關西)로의 이동이 시작된 것. 현재 도쿄 및 주변지역은 제한 송전이 이뤄지면서 불편이 계속되는 데다 방사성 물질의 남하 위협, 식량난 등이 예상되면서 도심 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이 간사이 지방으로 몰리며 오사카 등지의 숙박시설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현재 오사카 내의 호텔은 대부분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고 번화가인 도톤보리(道頓堀) 등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오사카 내에 있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의 1일 숙박료는 7만엔(약 97만원)이지만 현재 예약이 완료됐으며 다른 호텔들도 대부분 방을 잡기 어려운 상태다. 스위소텔 난카이 호텔의 공보담당인 미치코 후지카와씨는 “지진 초기에 일본 관광객이 대폭 줄면서 우려를 자아냈지만 현재는 방을 예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계기로 간토, 간사이 지역 간의 불신 및 대립의 벽이 누그러질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간토와 간사이 지역은 각각 정치와 산업의 중심지로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것. 특히 양쪽의 중심도시인 도쿄와 오사카는 앙숙지간이란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서로간 경쟁심리를 불태워왔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양측 간의 앙숙관계가 협력 및 교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는 것. 전문가들은 “그간 오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던 이들의 관계가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