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돼요.”

17일 오후 이와테(岩手)현 노다 마을의 야구장에 마련된 간이 진료소. 마을의 유일한 의사 오시카와 기미히로(61)씨를 본 환자 우베 교코(56)씨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죄송하지만 약이 4일분밖에 없네요. 힘내요. 이렇게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오시카와씨는 “약이 떨어졌다”며 불안한 표정으로 구호소에 달려온 우베씨를 위로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입은 이와테현의 노다 마을에서 유일한 의사인 오시카와씨가 피난소 생활을 하면서도 마을을 돌아다니며 진료를 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병원은 지진해일(쓰나미)에 휩쓸렸고 의약품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오시카와씨는 “조금이라도 마을을 안심시키고 싶다”며 쉬지 않고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가고시마(鹿兒島)현 출신의 오시카와씨는 도쿄(東京)와 아오모리(靑森) 등에서 일하다 2005년 10월 무의촌이었던 노다 마을에 병원을 열었다. 하나밖에 없는 병원이 쓰나미에 휩쓸리면서 마을 사람들의 증상이 상세하게 적힌 4000쪽의 진료기록카드와 의약품을 모두 잃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웃인 마을 사람들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그는 곳곳의 피난소와 고령자들의 집을 돌기 시작했다. 그는 “마을의 의료를 지킨다거나 그런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주민들이 내 얼굴을 보고 안심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환자에게 예전처럼 약을 줄 수는 없다. 독감에 걸린 것처럼 보이는 환자를 봐도 증상을 확인해줄 수가 없다. 지진이 발생했던 지난 11일 밤에는 피난소에서 다리 절단이 필요한 정도의 중상을 입은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약도 의료기구도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시카와씨는 “(이 상황이) 한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큰 병원에서 의약품을 보내주고 싶어도 기름이 없다고 한다. 피해지역에 연료와 의약품을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공무원들이 모두 실종된 지역에서는 고등학생들이 피난민들을 돌보면서 봉사를 하고 있다. 지지통신은 이와테현 오쓰치(大槌)의 오쓰치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진 피해로 대부분의 공무원이 실종된 오쓰치는 사실상 행정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고등학교 2학년인 미네 다카야(17)군은 “집도 떠내려갔고 잘 때는 모포가 없어서 너무 춥다”며 “그렇지만 모두를 도와주고 싶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많은 일을 도와주고 있다”며 “현재 70명 정도의 학생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서 피난소를 돌며 학생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