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환자들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의료설비와 의약품이 떠내려가고 병원 건물이 파손되면서 치료는커녕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차가운 병상에 누워 무작정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지진해일(쓰나미)로 큰 피해를 본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시의 이시노마키항만병원은 전기, 가스가 단절돼 다른 병원으로 환자 120명을 보내려 했다가 거절당했다. 전 직원의 10%가 넘는 약 40명이 실종된 가운데 살아남은 의사와 간호사가 목숨을 걸고 치료하고 있지만 환자들의 상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병원 관계자인 마야마 후미히로(50)는 “병원의 고령자들이 심각하게 쇠약해졌고, 암 같은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치료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바타(新發田)의 센난중앙병원에서는 식량이 동나면서 영양실조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13일 오전 비축해놓은 쌀 약 70kg이 바닥을 드러내자 일시적으로 환자 여러 명이 영양실조로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후쿠시마(福島)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오마치병원의 환자들은 식량이 모자라 식사를 하루에 두 번만 하고 있다. 이와테(岩手)현 니노헤(二戶)시의 현립니노헤병원은 연료, 의약품은 물론 소독용 붕대나 기저귀 등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담당자는 “이대로 간다면 다음주부터는 병원의 난방, 급식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불안해했다.

의료진이 실종되거나 피난길에 오르면서 환자 치료가 어려워진 곳도 적지 않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시내의 약 절반이 대피지역으로 지정된 미나미소마시의 시립종합병원은 직원의 절반 이상이 현 밖으로 대피하면서 14명이었던 의사가 8명으로 줄었다. 병원은 직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직원들의 의사에 따라 출근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환자는 170여명이나 남아 있다. 이 병원의 가나자와 유키오 원장은 “진료는 한계에 부닥쳤다”면서도 “환자가 남아 있는 한, 나는 병원을 떠날 수 없다. 빨리 원전을 어떻게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를 본 이와테현 도노(遠野)시의 현립도노병원은 자동차 연료가 없어 출근하지 못한 의사들이 늘면서 일부 진료과목에 한해 휴진을 하고 있다. 출퇴근을 하지 않고 아예 병원에서 생활하는 간호사들도 있다.

일부 병원은 지진 이후 건물이 파괴되면서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후쿠시마현 고리야마(郡山)의 호시나병원은 붕괴 위험 탓에 폐쇄됐다. 이 병원의 입원환자 142명은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에 입원했고, 직원들은 해고됐다. 아이즈와카마쓰(會津若松)시의 현립아이즈종합병원 건물도 일부 손상돼 입원환자의 70~80%에 달하는 70명이 병원을 떠났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