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신중’을 넘어선 ‘과잉 보안’ 때문에 원전사고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이것이 국제사회의 지원과 해법 제시를 어렵게 만든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이나 사고원전 운용사 도쿄전력(東京電力)측 발표, 일본 언론보도 내용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국제공조 대책 도출이나 국내 파급 영향에 대한 분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문가들은 “원전 문제나 방사성 물질 피폭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한 해법과 대책을 제시하고 국제사회가 일본을 실제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의 공유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희천(원자력 및 양자공학) KAIST 교수는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며칠 전 관방장관이 1·3호기 격납용기가 다 손상됐다고 발표했는데 도쿄전력측 데이터를 보니 1호기는 격납용기가 건전 양호하고 3호기만 손상이 의심된다고 한다”며 “아주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어떻게 정부와 도쿄전력의 발표가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나”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시간대별로 공식채널을 통한 상황보고가 나와야 하며 각 원전의 현 상황, 방사선 준위 수치, 어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다 알아야 전문가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조언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공식 발표가 제대로 안 되니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떠다녀 불안을 가중시킨다”며 “원전 사고를 과소 또는 과대 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검증된 정보가 최대한 많이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은희(원자핵공학) 서울대 교수는 “정확한 상황이 파악 안 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방사선 수치는 측정치인데 원전 가까이서 측정할 상황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근거리 접근이 어렵다 보니 조금 거리를 두고 측정한 수치를 알려주고, 그 결과 수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자력 전문가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초반에 대응이 늦어졌던 이유 중 하나는 도쿄전력이 민간회사라는 점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