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저는 ‘Family is a sentence’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가족이란 ‘단어들이 조화롭게 결합돼야 비로소 완성되는 문장과 같다’는 은유이지요. 이번 칼럼에서는 ‘Family is a sentence’의 다른 뜻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sentence는 선고의 뜻도 있기에 함의를 헤아려 풀이하면, ‘우리가 법원의 선고를 꼭 지켜야 하듯이 가족을 이뤘으면 헤어지거나 깨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한다’는 뜻이지요.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가미한 코믹드라마 ‘에브리바디 올라잇’도 가족의 가치를 일깨우는 영화입니다. 원제는 ‘The Kids Are All Right’입니다. 제목이 말해 주듯 영화엔 두 명의 10대가 등장하는데요, 곧 대학에 가는 조니와 15세의 레이저는 남매입니다. 하루는 조니가 남동생을 부추겨 정자은행에 문의해 자기들이 태어나게끔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을 도와준 남자를 만나려 합니다. 이들의 부모인 닉과 줄스는 결혼 20년차 부부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헌신적이지만, 완벽주의자인 의사 닉에게 짓눌려 사는 전업주부 줄스는 지쳐 갑니다. 여느 부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다 여성입니다. 게다가 중년의 권태에 빠져 있는데요, 야동을 틀어 놓고 분위기를 잡아도 당최 뜨거워지지 않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남매가 찬물까지 끼얹습니다. 정자를 기증한 아버지(sperm donor father)를 만났다고 털어놓은 것이지요. 흥미로운 건 조니와 레이저의 생물학적 어머니(biological mother)는 각각 닉과 줄스이며, 모두 동일한 남자의 정자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아담한 식당을 가진 폴(마크 러펄로)은 남매가 찾아오자 난감해하다가 차츰 가까워집니다. 닉은 그걸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우여곡절 끝에 상견례 자리가 마련되고, 폴은 조경 일을 해보고 싶다는 줄스에게 자기 집 뒤뜰을 맡깁니다. 그러자 닉이 짐짓 태연한 척 충고합니다. “Don’t shit where you eat.” 직역하면 ‘밥 먹는 곳에 뒷일 보지 말라’인데요, 속뜻은 ‘지금 누리고 있는 멋진 것들을 망치지 말라’입니다. 혹시라도 줄스가 딴마음을 먹을까 봐 은근히 경고한 것이지요. ‘Don’t bite the hand that feeds(음식을 먹여 주는 손을 물지 말라)’로 바꿔 써도 좋겠군요. 그런데 아뿔싸,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했건만 줄스는 폴의 침실에서 ‘누울 자리’를 차지해 버립니다.

‘결혼이란 예상 못한 일에 끊임없이 적응해 가는 과정(Marriage is the continuous process of getting used to things you hadn’t expected)’이라고 하지요. 그 과정에서 정신적 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게 딜레마이겠지만. 폴은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줄스는 일탈이었다고 해명하며, 닉은 ‘각방 쓰기’를 선언합니다. 급기야 애들마저 혼란해하자 줄스가 가족 앞에 나서 사죄합니다. 이제 닉과 줄스는 상대방의 옷에 몸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마치 ‘성공하는 결혼은 맞는 짝을 만난다는 것 이상이며, 서로에게 맞는 짝이 되려고 노력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Success in marriage is more than finding the right person. Being the right person is even more important)’는 진리를 깨달은 듯이! 대학생이 된 조니가 떠나는 날, 가족은 다시 문장이 됩니다. 때를 놓칠세라 레이저가 선고(sentence)하는군요. “헤어지지 마. 둘은 너무 늙었잖아(You guys shouldn’t break up. You’re both too old).” 모두 싱그럽게 웃습니다.

작가·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