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시신에 할 말을 잃었다.”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처음으로 14일부터 미야기(宮城)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신자 발굴 작업이 시작되면서 일본 현지에서 벌어지는 풍경들에 외신기자들조차 망연자실하고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신을 담을 관도 없고, 일본 정부는 기존의 시신 화장법을 아예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너무 많은 시신들이 발굴되면서 현재 시신을 담을 관 등이 이미 비닥난 상태다. 장례식장이나 화장터도 공급부족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정부는 15일 오전 현재 동일본 대지진으로 총 240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굴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사망자는 급격하게 늘어 4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후생성은 사실상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시신 화장법도 포기한 상태다. 급격하게 밀려들 시신 소각 및 장례식을 앞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후생성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며, 화장터를 운영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밖”이라며 “현재는 비상사태에 맞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야기현에 있는 사이토 마을에는 특히 시신들이 즐비한 상태다. AP는 “1만7000여명의 주민 중에서 최소 4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비상조치가 아니고서는 밀려드는 시신들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당국은 판단한 것이다. 소마에도 단 한 개의 화장터밖에 없어 하루에 18구의 시신밖에 소각할 수 없다.

사이토 마을 생존자 아베 도시오(70)는 “지진 당일 대피 사이렌 소리를 듣고 불과 20~30분만에 쓰나미가 굉음을 내며 마을을 덮쳤다”며 “순식간에 모든 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쓰나미는 2층 건물 높이의 방파제를 훌쩍 넘어 주택 수십채를 완전히 파괴했고, 일부는 통째로 휩쓸려 떠내려갔다.

아베의 부인 오야마는 “시신은 몇 구밖에 못봤다”며 “나머지는 다 바다로 떠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신들이 떠내려 갔다면 전체 사망자 중에서 상당수는 시신조차 발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한 후 23만여명이 사망했지만, 시신은 18만4000여구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