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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 = 이경숙통신원(도호쿠대 문과대학원생)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이제 나 혼자 남았다.’

지난 11일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일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에 거주 중이던 한국 교민 등 외국인들은 속속 센다이를 탈출했다.

15일 오전, 현재 평소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중동, 유렵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16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함께 생활하던 본 통신원의 민간 기숙사에서 유학생들은 모두 떠나갔고, 기숙사에 남은 것은 관리인 부부와 본 통신원뿐이다. 기숙사를 관리해주는 노부부는 “우리야 갈 곳이 어디 있겠느냐. 그냥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되든 이곳에 남아 기숙사를 지키겠다”며 체념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센다이를 벗어난 내·외국인들은 센다이에서 야마가타(山形) 혹은 센다이에서 니가타(新潟)로 향하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일본 남쪽 지역이나 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나마 유학생이나 단기 체류자들같이 홀가분히 센다이를 떠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센다이에 생활 터전을 잡은 교민들이나 현지 일본 주민들은 센다이 탈출 자체마저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이번 사태가 끝나고 다시 돌아왔을 때 폐허만 남은 이곳 센다이에서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본격적인 지진 피해 복구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나 각 보험회사의 보상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해 무대책으로 센다이를 떠났다가는 나중에 돌아왔을 때는 맨손으로 생활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센다이 현지 유학생 등 학생들이 센다이를 빠져나가자 미야기현의 국립대인 토호쿠(東北)대 등 이 지역의 주요 대학들은 e메일과 휴대전화 메시지 등으로 임시 휴교 소식을 알리고 있다. 원래 일본의 대학은 4월초에 개강하지만 이번 지진 때문에 최소 4월25일까지 휴교할 방침이며 상황에 따라 휴교는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센다이의 단전, 단수 등 사회 기반 시설 파괴에 대한 복구가 점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13일까지만 해도 센다이시 중심부인 JR센다이역을 기준으로 도보로 10~15분 거리의 반경 지역에서만 전기와 수도가 공급된 것에 비해 14일부터는 전기와 수도 공급이 자동차로 10∼15분 정도 걸리는 반경 지역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물자공급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의 ‘센다이 엑소더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